
‘왜’라는 질문이 ‘어떻게’의 길을 연다
‘왜?’라고 묻는 것은 인간 사고의 본능이다. 하지만 진정한 사고의 깊이는 ‘왜’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고 재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일본의 과학자 후쿠자와 가즈요시는 『논리학 실험실』에서 이 전환의 기술을 “과학적 설명의 힘”이라 부른다. 그는 과학자의 사고가 단순히 현상을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그것을 타인에게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에 있다고 본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겨냥한다.
과학적 사고는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근거를 검증하고 설명하는 지적 태도다. 후쿠자와는 이를 “생각의 실험”이라 정의하며, 독자에게 사고의 구조를 실험하라고 권한다. 이 논리적 실험을 통해 사고는 감각적 인식에서 분석적 이해로, 다시 창조적 설명으로 확장된다.
후쿠자와가 말하는 과학적 사고의 핵심은 “의심하는 습관”이다. 눈앞의 현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 배후의 원리와 조건을 파헤치는 것이 과학적 사고의 첫걸음이다.
그는 과학이란 “사실을 믿는 학문이 아니라, 사실을 의심하는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태도는 실험실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일상적인 대화, 사회적 논의, 심지어 뉴스 소비의 방식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가령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라는 질문에서 멈추지 않고, “이 결과가 어떻게 도출되었는가?”를 추적하는 순간, 우리는 단순한 정보 소비자가 아니라 탐구자가 된다.
이러한 의심과 질문은 곧 창의력의 씨앗이다. 과학의 혁신은 ‘정답’을 찾는 데서 비롯되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의 틀을 흔드는 “왜?”라는 질문에서 비롯됐다.
‘왜’는 호기심의 언어지만, ‘어떻게’는 논리의 언어다. 『논리학 실험실』은 이 두 언어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한다.
‘왜?’가 원인을 묻는다면, ‘어떻게?’는 과정을 구성한다. 전자는 인과적 사고를 자극하고, 후자는 구조적 사고를 요구한다.
예컨대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왜 떨어질까?”를 묻는 데서 출발했지만, 그의 과학적 성취는 “어떻게 떨어지는가?”를 수학적 언어로 설명한 데서 완성됐다.
후쿠자와는 이 차이를 “사고의 심화 단계”로 본다. 문제를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서,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논리학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귀납과 연역, 가설과 검증, 그리고 설명의 언어를 체계적으로 훈련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과학적 설명은 언어적 능력이 아닌 구조적 사고의 결과다.
후쿠자와는 과학적 글쓰기를 ‘논증의 기술’로 보고, 그 핵심을 “전제–근거–결론”의 삼단 구조로 제시한다.
이 논리 구조를 통해 우리는 막연한 의견을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바꿀 수 있다.
특히 그는 “설명은 말로 하는 실험”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사고의 내용을 타인에게 검증받는 과정이며, 따라서 설명의 기술은 곧 사고의 투명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이러한 훈련은 연구자뿐 아니라 교사, 학생, 그리고 일상의 의사소통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논리학은 단순히 철학적 학문이 아니라, 과학적 실천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논리학 실험실』은 사고의 목적을 ‘설명 가능한 지성’으로 확장한다.
이 책이 제안하는 사고법은 단지 과학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모든 시대의 변화는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설명할 줄 아는 사람’이 만들어왔다.
오늘날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이 다시 “논리력”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왜?’에서 ‘어떻게?’로의 전환은 단순한 질문의 변화가 아니라, 사고의 패러다임 변화다.
후쿠자와의 제안은 명확하다 — 설명할 수 없는 지식은 지식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