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끝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 하야마 아마리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죽음을 결심한 스물아홉, 삶을 실험하다

목표가 생기자 삶이 달라졌다

절망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었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책 표지 [사진=김수인기자, ⓒ패밀리트립저널]

   

스물아홉이라는 나이는 누구에게나 특별하다.  청춘의 마지막 해, 서른을 앞둔 불안,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회의가 교차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야마 아마리의 자전적 에세이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장은주 옮김, 위즈덤하우스)는 바로 그 절박함의 시간을 담담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저자는 변변한 직장도, 애인도, 삶의 의미도 잃은 상태에서 맞이한 스물아홉 생일에 “1년 후 죽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리고 그 마지막 1년을 ‘살아보는 실험’으로 바꾸며 삶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다.

 

편의점에서 산 딸기케이크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먼지 묻은 딸기를 주워 먹던 장면은 책의 서두를 장식한다. 
그 순간, 저자는 스스로 무너진다. 그러나 바로 그 절망이 이후 모든 변화를 이끌어내는 출발점이 된다.

 

 

죽음의 날짜를 정한 뒤, 저자는 라스베이거스로 가기 위한 목표를 세운다. 
낮에는 파견 사무직, 밤에는 클럽 호스티스, 주말에는 누드 크로키 모델로 일하며 자금을 모은다. 평소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지만, 명확한 목표가 생기자 삶은 놀랍게도 생기를 되찾는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중요한 메시지를 발견한다.  삶의 의미는 ‘거창한 꿈’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 그 자체에 있다는 것.  죽기 위해 살았던 1년이 오히려 저자에게 가장 뜨겁게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 시간이었다.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저자는 카지노에서 소소한 승리를 맛본다. 그러나 그보다 큰 변화는 내면에서 일어난다.  죽음의 순간을 앞두고 약을 꺼내든 그녀는 문득 깨닫는다. 
“끝이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은 비로소 시작된다.” 
그녀는 약을 변기에 버리고, 생의 마지막을 ‘다시 시작’으로 바꾼다.

 

 

이 책이 던지는 또 하나의 주제는 자립이다. 
하야마 아마리는 “누군가가 나를 구해주길” 기다리던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버리고, 스스로 삶의 주인공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 결심의 끝에는 라스베이거스가 있었고, 돌아온 그녀의 손에는 원고가 있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그녀의 용기는 거대한 성공이 아니라 작은 선택들의 연속이었다. 
죽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매일의 노동을 성실히 이어갔고, 사람을 만나며 관계를 쌓았으며,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육아와 생계, 관계의 무게 속에서 자신을 잃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조용히 말을 건넨다. 
“목표는 크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하루를 진심으로 살아내는 것, 그것이 곧 삶의 의미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는 한 사람의 진솔한 고백이자, 절망 속에서도 삶의 가치를 발견한 인간의 기록이다.  책을 읽어 나가는 동안, 독자는 저자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의 바닥에서 스스로를 묻는다. 
“나는 지금, 정말 살아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하야마 아마리의 고백은 대답이 아닌 ‘길’을 제시한다. 
죽음을 생각했기에, 그녀는 비로소 삶을 배웠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남긴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 것인가.”

 

작성 2025.11.09 22:44 수정 2025.11.09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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