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과 지하드, 신앙의 칼인가? 사랑의 십자가인가?

-신앙은 타인을 향한 칼이어야 하는가, 나 자신을 향한 십자가여야 하는가?

-십자군과 왜곡된 지하드는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 그것은 신앙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인간의 야망과 권력 의지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다.

-신앙은 절대 누군가를 꺾고 정복하기 위한 검이 아니라. 나 자신을 낮추고 부인하며 이웃을 섬기기 위해 스스로를 깎아내는 사랑의 십자가다.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십자군과 지하드의 그림자를 넘어, 신앙의 칼, 사랑의 십자가

 

역사는 때로 우리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그중에서도 ‘십자군(Crusade)’과 ‘지하드(Jihad)’라는 두 단어는, 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이 단어들은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문명과 문명, 종교와 종교가 부딪히는 지점에서 끊임없이 소환되는 살아있는 유령이다.

 

많은 이가 이 둘을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전쟁'의 동의어로 이해한다. 십자가 깃발을 들고 성지(聖地)를 향해 진격했던 기독교인들과, 알라의 이름으로 싸우는 무슬림들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하지만, 이 두 개념의 본래 의미와 그것이 변질되어온 과정은,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믿음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신앙은 타인을 향한 칼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나 자신을 향한 십자가여야 하는가.

 

십자가, 칼이 되다: 십자군의 비극

 

11세기 말, 교황 우르바누스 2세는 클레르몽 공의회에서 “성지를 이교도의 손에서 회복하라!”고 외쳤다. 이 외침은 유럽 전역의 기독교인들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동력이 되었다. 그들은 가슴과 어깨에 십자가 표식을 달고 예루살렘을 향한 장정에 올랐다. 그들에게 이 여정은 단순한 전쟁이 아니었다. 그것은 죄를 속죄하는 고행의 순례였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거룩한 사명이었다.

 

그러나, 그 거룩한 사명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위에서 끔찍하게 변질되었다. 십자가는 구원의 상징이 아니라 적을 식별하는 표식이 되었고, 복음은 정복을 정당화하는 구호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무슬림과 유대인, 심지어 같은 기독교인(동방 정교회)들까지 무참히 희생되었다. ‘하나님을 위한 열심’이라는 명분은 그 어떤 잔혹 행위도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되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가 가르친 길과는 너무나도 멀어진 모습이었다. 예수는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 5:44)고 말씀하셨다. 그분은 자신을 잡으러 온 대제사장의 종의 귀를 칼로 벤 베드로에게 “네 칼을 도로 칼집에 꽂으라.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하느니라”(마 26:52)고 엄히 꾸짖으셨다. 예수의 십자가는 타인을 정복하는 승리의 깃발이 아니라, 자신을 내어주고 원수까지 품는 희생과 포기의 상징이었다. 십자군은 예수가 지고 간 그 ‘사랑의 십자가’를 땅에 내려놓고, 그 대신 ‘힘의 칼’을 움켜쥔 역사의 비극이었다.

 

지하드, 투쟁의 본질을 묻다

 

이슬람의 ‘지하드’ 역시 기독교의 십자군만큼이나 깊은 오해 속에 갇혀있다. 서구 사회는 종종 지하드를 ‘성전(Holy War)’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번역하며 폭력적인 이미지를 고착시켰다. 하지만 꾸란과 이슬람 전승(하디스)에서 지하드는 훨씬 더 복합적이고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지하드의 본래 의미는 ‘(알라의 길에서) 고투하다, 애쓰다, 투쟁하다’이다.

 

이슬람 신학은 전통적으로 지하드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바로 ‘더 큰 지하드(알 지하드 알 아크바르)’와 ‘더 작은 지하드(알 지하드 알 아스가르)’이다. 이슬람의 선지자 무함마드는 한 전투에서 돌아온 병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는 이제 더 작은 지하드에서 더 큰 지하드로 돌아왔다.” 병사들이 ‘더 큰 지하드’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욕망)과의 싸움이다”라고 답했다.

 

즉, 이슬람에서 가장 본질적이고 위대한 투쟁은 외부의 적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죄성, 탐욕, 교만, 나태함과 맞서 싸우는 영적, 도덕적 투쟁이다. 이는 신앙인으로서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평생의 분투를 의미한다.

 

물론,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방어적 전쟁으로서의 ‘더 작은 지하드’ 개념도 존재한다. 꾸란은 “너희를 공격하는 자들에 맞서 알라의 길에서 싸우라. 그러나 한계를 넘지 말라. 알라는 한계를 넘는 자들을 사랑하지 않으신다”(꾸란 2:190)고 말한다. 이는 명백히 방어적이고 제한적인 성격을 띤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그리고 오늘날의 급진주의자들에 의해 이 지하드의 개념은 철저히 왜곡되었다. 그들은 ‘더 큰 지하드’라는 내면의 투쟁을 망각하고, ‘더 작은 지하드’의 방어적 성격마저 공격적인 이데올로기로 변질시켰다. 신앙의 본질인 자기 성찰은 사라지고, 타인을 향한 증오와 폭력만이 ‘지하드’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이는 십자군이 ‘복음’의 이름으로 칼을 휘둘렀던 모습과 정확히 같은 궤적을 그린다.

 

신앙, 정복의 길이 아닌 섬김의 길

 

결국, 십자군과 왜곡된 지하드는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 그것은 신앙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인간의 야망과 권력 의지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다. 신앙이 ‘사랑’과 ‘자비’라는 핵심을 잃고 ‘힘’과 ‘정복’의 논리에 사로잡힐 때, 그것은 가장 무서운 무기가 된다.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행하는 폭력만큼 잔인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이 피로 얼룩진 역사의 그림자 속에서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가?

 

예수 그리스도는 그 답을 삶으로 보여주셨다. 그분의 길은 ‘칼의 길’이 아닌 ‘십자가의 길’이었다. 그분은 힘으로 세상을 정복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셔서 섬기셨고, 자신을 조롱하고 십자가에 못 박는 자들을 향해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눅 23:34)라고 기도하셨다. 십자가는 무력함의 상징이 아니라, 세상을 이기는 유일한 힘인 '사랑'의 완성이었다.

 

이러한 자기 부인의 길은 이슬람이 강조하는 ‘더 큰 지하드’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다. 타인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것,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면의 교만과 싸우는 것. 성경이 말하는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눅 9:23)는 말씀과 정확히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오늘날 우리가 싸워야 할 ‘전쟁’이 있다면, 그것은 타 종교인이나 이웃을 향한 전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안에 도사린 미움, 차별, 편견, 그리고 이웃의 고통에 무감각한 냉소와의 전쟁이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성지’가 있다면, 그것은 저 멀리 중동의 땅이 아니라, 상처받고 신음하는 우리 이웃의 삶의 자리이다.

 

신앙은 결코 누군가를 꺾고 정복하기 위한 검이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을 낮추고 부인하며 이웃을 섬기기 위해 스스로를 깎아내는 사랑의 십자가다. 십자군이 실패한 이유는 사랑 없는 열심 때문이었고, 지하드가 오해받는 이유는 자비 없는 분노 때문이었다.

 

남미 원주민을 향한 선교사의 삶을 그린 영화 <미션>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무력으로 원주민을 지키려던 멘도사 신부와 비폭력의 사랑을 고수하던 가브리엘 신부. 그들의 마지막 대화는 신앙의 본질을 꿰뚫는다.

 

“만약, 힘(might)이 정의(right)라면, 이 세상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있어야 할 자리는 없습니다.” (If might is right, then love has no place in the world.)

 

예수께서 선포하신 복은 칼을 든 자의 복이 아니었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마 5:9)

 

진정한 신앙의 투쟁은 밖이 아닌 안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신앙은 세상을 향한 날 선 칼인가, 아니면 세상을 품는 따뜻한 십자가인가.
 

작성 2025.11.08 02:04 수정 2025.11.08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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