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51화 아침마다 내게 찾아오는 위기. (feat. 따뜻한 이불 속)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유연함이 오히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느슨함은 곧 무너짐이 아니다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계절이 바뀌면 마음도 바뀐다

요즘 아침마다 작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상대는 삶의 큰 난관도, 복잡한 고민도 아니다. 그저 따뜻한 이불 한 장이다. 여름에는 6시 반 알람이 울리면 자연스레 눈꺼풀이 올라갔다. 성경 잠언 말씀을 읽고,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7시가 되면 거실 책상 앞에 앉아 독서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기온이 내려가고 공기가 차가워지자 이 안정된 루틴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알람이 울리면 손은 본능적으로 이불 속을 더 깊이 끌어안는다. “5분만… 정말 5분만 더…”그 5분이 때로는 10분이 되고, 말씀을 읽는 동안 졸음이 번지고, 기도와 잠이 뒤섞이는 순간이 생겼다.

 

몸은 기억하고, 마음은 따라간다

얼마 전 겪었던 돌발성 난청의 여파도 남아 있다. 지금은 많이 호전되었지만 피로와 긴장이 쌓이면 여전히 귀가 먹먹해진다. 그럴 때면 억지로 일어나지 않으려 한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기 위해서다.

 

예전의 나는 이런 흔들림을 용납하지 않았다. “왜 제대로 못 해?”, “왜 계획대로 안 해?”꾸준함을 무너뜨리는 모든 변수를 죄처럼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서, 매일 같은 힘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어떤 날은 다소 느슨해도 괜찮고, 어떤 날은 그저 숨을 고르는 것으로 충분하다.

 

느슨함은 곧 무너짐이 아니다

요즘의 나는 기상 시간이 6시 반이 아닐 때도 있다. 기도가 길지 않을 때도 있고, 독서가 집중되지 않아 페이지를 천천히 넘길 때도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유연함이 오히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너무 단단하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 멈추어 섰다고 해서 방향을 잃는 것이 아니다. 노력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쌓인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균형은 언제나 완벽함에서가 아니라, 흔들림을 인정하고 품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나는 지금 나의 흔들리는 순간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아침마다 찾아오는 작은 위기는 여전히 계속된다.
하지만 그 위기를 바라보는 마음은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다. 내일은 또 어떨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렇게 말해본다. “그래도 나는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오늘은 그걸로 충분하다. 그 한 가지의 다짐이면 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5.11.07 16:41 수정 2025.11.0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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