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숙성되며 맛이 깊어지기도 하지만, 보관 상태가 좋지 않으면 쉽게 변질될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와인과 변질된 와인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몇 가지 간단한 관찰과 후각, 미각의 신호만으로도 이를 판별할 수 있다.

먼저 색깔의 변화를 살펴보자. 레드 와인은 원래 짙은 루비색이나 가넷색을 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갈색이나 벽돌색으로 변한다면 산화가 진행된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화이트 와인은 밝은 황금빛에서 점차 어두운 호박색으로 변하면 역시 산화가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병 입구 부근의 와인 높이가 유난히 낮거나, 와인색이 코르크 주변까지 스며든 경우에도 공기 접촉이 많았을 가능성이 있다.
다음으로 향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르크를 열었을 때 ‘젖은 종이상자’나 ‘곰팡이’ 냄새가 난다면, 코르크 오염(코르크 테인트)에 의해 와인이 변질된 경우다. ‘식초’, ‘네일 리무버(아세톤)’, ‘페인트 시너’와 같은 자극적인 냄새가 난다면 산화가 심하게 진행됐거나 미생물에 오염된 상태일 수 있다. 또한 과일 향이 사라지고 향이 약하거나 ‘풀린 듯한’ 느낌이 들면 역시 품질이 떨어진 것이다.
맛에서도 신호를 읽을 수 있다. 과일의 풍미가 사라지고 신맛이나 쓴맛이 강해지면 이미 변질된 가능성이 크다. 스파클링 와인이 아닌데도 잔에 따랐을 때 미세한 거품이 일거나 혀끝이 톡 쏘는 느낌이 난다면, 병 안에서 재발효가 일어난 경우일 수도 있다.
와인의 외관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코르크가 부풀거나 곰팡이가 피어 있거나, 병목 주변이 눌려 있는 경우는 밀봉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히 와인 병의 공기층(‘울라지’)이 지나치게 크면 오랜 기간 공기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와인이 변질되는 주된 이유는 산화, 코르크 오염, 미생물 번식, 그리고 부적절한 보관 환경 때문이다. 온도 변화가 심하거나 직사광선에 노출된 장소, 혹은 너무 건조하거나 습한 곳에 보관하면 와인의 맛과 향이 빠르게 손상된다.
마지막으로 와인을 열었을 때 이상하다고 느껴진다면, 억지로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경우 건강에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풍미가 사라지고 불쾌한 향이 나는 와인은 음용의 즐거움을 잃게 만든다. 대신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면 음식에 풍미를 더하는 용도로 활용해도 좋다.
와인은 섬세한 음료다. 약간의 보관 실수로도 제 맛을 잃을 수 있지만, 조금만 주의 깊게 관찰하면 좋은 와인과 변질된 와인을 구분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