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동시대의 현실을 회화적 언어로 재해석해 온 작가 손기환의 개인전 ‘바람이 분다-희망가’가 11월 5일부터 18일까지 나무아트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최근 3년 동안 집중적으로 작업한 신작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손기환은 오랫동안 DMZ와 분단, 전쟁, 근현대사의 균열과 단절을 탐구해 왔다. 그는 분단을 더 이상 역사 속 사건으로 고정하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현재의 감각으로 불러낸다. 손기환의 회화는 딱지, 삐라, 우표, 전단, 만화, 포스터 등 대중 인쇄물의 형식적 문법을 적극적으로 참조한다. 만화적 과장과 팝적 색채 속에 아이러니가 스며들며, 한국 사회가 내면화한 불안과 희극의 정서를 독자적 시각 언어로 구현한다.
전시 제목 ‘바람이 분다’는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에서 가져온 구절로, 작가는 여기에 ‘희망가’라는 부제를 더했다. 절망 경험의 흔적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가고 바라보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회화의 정조로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최근 관심을 모은 ‘애기봉-스타벅스’ 연작이 포함돼 있다. 북한이 보이는 최북단 전망대에 들어선 글로벌 브랜드의 이미지가 분단의 현실이 상업적 풍경으로 소비되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샤면의 풍경’ 연작은 중국 샤먼과 금문도 사이의 군사적 긴장과 단절의 기억이 관광지 이미지 속에서 지워지는 현실을 다루며, 단절의 감각이 익숙해진 동아시아의 풍경을 은유한다.
손기환의 작업은 사건과 장면을 개인의 경험과 감각으로 수렴시키며 역사와 현실 사이의 균열 지점을 재구성한다. 그는 사회적 상처와 구조적 현실을 단순히 비판적으로 제시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것이 개인의 존재 양식과 감정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회화적 구조 속에서 드러낸다. 역사적 비극성과 대중적 감각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손기환의 회화는 분단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정서를 포착하고, 그 속에서 희망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알레고리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