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우리는 너무 많은 말 속에 산다. SNS에서는 하루에도 수천 개의 감정이 흘러가고, 메신저 창에는 대화가 쌓인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말을 하고도,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럴 때 사람들은 펜을 든다. 짧은 노트 한 장, 메모 앱의 공백, 혹은 블로그의 초안 폴더 속에서. 그들은 조용히 자신을 구한다. 글쓰기는 요란하지 않다. 오히려 조용한 저항이다. 소음의 시대에 멈춤을 택하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문명 속의 마지막 숨을 지켜내는 존재다.
정신의학자들은 “글을 쓰는 행위는 감정의 복잡한 실타래를 푸는 가장 안전한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한다.
글쓰기는 마음의 정리를 돕고, 불안을 낮춘다. 하루 15분 정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한 사람은 스트레스 지표와 우울감이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결과가 있다.
물론 글이 모든 것을 해결하진 않는다. 그러나 글을 쓰는 동안 사람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무너지는 나’를 관찰자로 세우는 힘, 그것이 바로 글쓰기가 주는 해독력이다.
회사원들이 점심시간에 모여 하루를 기록하고, 대학생들이 SNS 대신 손글씨 일기를 공유한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단지 너무 빠른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되찾고 싶은 것이다. 이들은 알고 있다. 말보다 느린 문장이 오히려 더 진실할 때가 있다는 것을. 글을 쓴다는 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자신을 재정비하는 ‘생활의 기술’이다. 한 줄을 쓰는 동안 생각이 정리되고, 정리된 마음이 다시 일상을 붙잡는다.
SNS의 시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사적인 문장’을 갈망한다.
누군가의 짧은 글귀 하나가 낯선 이의 마음을 위로하고, 블로그의 몇 문장이 공감을 만들어낸다.
누구나 자신의 문장으로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
‘말로는 안 되니까 쓴다’는 고백은 더 이상 외로움의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공감의 신호이자, 새로운 연대의 방식이다.
글은 우리 시대의 생존 언어다. 세상은 여전히 빠르고, 정보는 여전히 과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느리게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침묵이 아닌 문장으로 지킨다.
글은 거창한 예술이 아닌 회복의 기술이자, 인간이 인간으로 남기 위한 감속 장치다.
삶이 버거운 날엔, 문장 하나라도 써보자. 그 문장이 오늘의 나를 살릴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