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주 황리단길 도자기 공방 '빛뜰안 도자기 & 천아트' |
경주 황리단길 한편, 고즈넉한 골목길 사이로 작고 따뜻한 도자기 공방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기자는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단 한 번의 체험이 누군가에게 ‘쉼’이 되고, 한 번의 손길이 예술이 되는 공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곳이 바로 ‘빛뜰안도자기&천아트’, 김희진 대표가 운영하는 공방이다.
![]() ▲ 사진 = 황리단길 도자기 공방 빛뜰안 |
김희진 대표는 처음부터 예술 전공자가 아니었다. 인문계열 전공 후 학원 강사로 일하다가 결혼과 육아로 잠시 일을 쉬던 중, 우연히 지인의 도자기 클래스를 통해 흙을 처음 만났다.
“아이가 다섯 살 때였어요. 취미로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흙을 만지면 마음이 편안해졌죠.”
그 작은 경험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다. 평생교육원 도자기 과정을 수료하며 본격적으로 도자기에 매진했고, 아파트를 정리하고 ‘작업실이 딸린 집’을 마련하며 도자기 인생을 선택했다. 그 후 대구에서 공방을 차려 7년간 작업했다.
▲ 사진 = 황리단길 도자기 공방 빛뜰안 |
5년 전, 경주로 이주하면서 지금의 ‘빛뜰안도자기&천아트’가 탄생했다.
“경주는 제가 정말 좋아하던 도시예요. 처음엔 1~2년만 살아보자 했는데, 공방을 차리게 되면서 이젠 제 삶의 터전이 되었어요.”
공방 이름에 ‘천아트’가 함께 적혀 있는 이유를 묻자 김 대표는 웃으며 답했다.
“처음엔 제가 직접 천에 그림을 그리는 아트 작업도 병행했어요. 지금은 대구의 전통 규방공예 작가님 작품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습니다.”
![]() ▲ 사진 = 빛뜰안 도자기 핸드페인팅 체험 |
빛뜰안도자기&천아트는 단순한 체험장이 아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복합공방으로, 도자기와 규방공예가 함께 숨 쉬는 전시·체험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체험자는 배우는 학생이자, 함께 작품을 만드는 작가에요”
김 대표의 가장 큰 강점은 ‘체험형 수업’이다.
그녀는 단순히 기법을 가르치기보다, 체험자의 감성과 니즈를 존중한다.
“처음 오신 분들이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시는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체험은 완성보다 과정이 중요하니까요.”
특히 전기물레 체험에서는 참여자가 흙을 직접 만지고 돌려보며, 그 질감과 움직임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처음엔 손을 잡아드리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 형태를 만들기 시작해요. 그때 눈빛이 달라집니다.”
체험을 통해 흙이 그릇이 되는 순간, 사람들의 표정에는 아이 같은 미소가 번진다.
![]() ▲ 사진 = 빛뜰안 도자기 핸드페인팅 체험 |
공방에서는 세 가지 대표 클래스를 운영한다.
핸드페인팅 클래스: 한 번 구운 도자기에 도자기 전용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수업. 스케치가 어려운 사람을 위해 전사지(도자기용 전사 밑그림)도 활용할 수 있다.
핸드빌딩 클래스: 흙을 직접 밀고 쌓아 볼, 접시, 컵 등을 만드는 과정. 색화장토(색 흙)를 이용한 꾸미기나 채색이 가능하다.
전기물레 체험: 도자기의 기본 형태를 물레로 빚어보는 수업.
모든 체험작품은 가마소성작업을 거쳐 대략 한달 후 택배로 배송된다.
![]() ▲ 사진 = 빛뜰안 도자기 체험 작품들 |
수업은 1회 체험형부터 정규 클래스까지 다양하며, 모든 과정은 김 대표가 직접 지도한다.
“도자기는 흙을 만지는 데서 끝이 아니에요. 유약을 바르고, 가마에서 굽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까지 다 포함돼요. 그중 가마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도 제어할 수 없어요. 그래서 매번 결과가 달라요. 그 긴장감이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들죠.”
그녀는 17년 넘게 도자기를 하면서도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다고 했다. 매번 달라지는 흙의 반응, 유약의 농도, 불의 온도.
그 모든 변수를 안고도 다시 흙 앞에 앉는 이유는 단 하나, ‘도자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 사진 = 빛뜰안 도자기 핸드페인팅 체험 |
“도자기 체험은, 잠시 자신을 쉬게 하는 시간이에요”
빛뜰안도자기&천아트에는 가족 단위 체험객이 많다. 특히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오는 경우가 인상적이다. “부모님이 ‘이 나이에 내가 흙을 만지게 될 줄이야’ 하시면서 너무 즐거워하세요. 아이보다 더 집중하실 때도 있어요.”
그녀는 도자기 체험을 단순한 관광 코스가 아니라 ‘마음의 정화’로 본다.
“요즘은 다들 너무 바쁘잖아요. 스마트폰을 놓고, 흙을 만지는 그 시간만큼은 모두가 집중하고 편안해하세요. 그게 제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예요.”
![]() ▲ 사진 = 빛뜰안 도자기 김희진 대표가 물레로 작업중인 모습 |
김 대표는 “지금은 체험 수업이 너무 좋지만, 언젠가 체력이 닿지 않으면 계속 하긴 어려울 거예요. 그때도 제 작업을 계속하고 싶어요. 그냥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면서 사는 삶, 그게 제 꿈이에요.”
황리단길의 수많은 카페와 상점 사이에서 ‘빛뜰안도자기&천아트’는 단정하고 조용했다.
흙을 빚는 소리, 물레가 도는 소리, 그리고 체험객의 웃음이 어우러진 공간.
김희진 대표가 만들어가는 이곳은 단순한 공방이 아니라 ‘마음이 잠시 쉬어가는 예술의 뜰’이었다.
앞으로 이곳에서 피어날 새로운 작품들과 이야기들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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