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는 지금 ‘기후붕괴’라는 단어가 더 이상 과장이 아닌 시대에 살고 있다. 북극의 빙하는 해마다 줄어들고, 산불은 대륙을 가리지 않으며, 폭우와 폭염은 도시의 일상이 되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인류가 찾은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근본적인 해법 중 하나가 바로 ‘나무심기’다. 하지만 이제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세계는 이미 ‘혁신적인 나무심기’로 전환하고 있다.
과거의 나무심기가 숲의 양적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면, 오늘날은 생태적 복원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예컨대 케냐의 ‘그린벨트 운동(Green Belt Movement)’은 197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완가리 마타이 여사가 시작한 시민 주도형 숲 복원 프로젝트로, 단순히 나무를 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여성의 생계와 공동체 복원까지 결합했다. 나무 한 그루가 지역의 자립과 생태 정의를 상징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30억 그루의 나무심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은 단순한 조림이 아니라 생물다양성이 감소한 지역을 중심으로 본래의 생태구조를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무를 어디에, 어떤 종류로, 어떤 속도로 심을 것인가가 과학적으로 계산되고, 시민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기술의 결합이다. AI, 드론, 위성 데이터, 블록체인 등이 숲 복원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호주의 ‘드론시드(DroneSeed)’는 고성능 드론을 이용해 산불로 파괴된 지역에 초당 수백 개의 씨앗 캡슐을 살포한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도 정밀한 조림이 가능해졌고, 복원 속도는 과거보다 10배 이상 빨라졌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은 ‘누가 언제 어디에 어떤 나무를 심었는가’를 투명하게 기록해 탄소저감 효과를 신뢰성 있게 검증하는 데 활용된다. 이런 기술들은 숲의 회계장부를 만들어내며, 시민이 직접 자신이 심은 나무의 성장과 탄소흡수량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경제를 열고 있다.
나무심기는 이제 정부나 기업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시민 주도형 나무심기 운동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독일의 소년 펠릭스 피켄버거가 시작한 ‘Plant-for-the-Planet’ 운동이다. 이 운동은 2007년 이후 193개국에서 140억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으며 지구 마을 숲을 만들어가고 있다. 시민 한 사람, 학생 한 명의 참여가 지구 전체의 탄소저감에 연결되는 구조다. 또한 기업들도 ESG 경영의 일환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조림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단순 기부에서 벗어나, 지역 생태계와 연계한 복원형 산림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 리더십을 동시에 강화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1970~80년대 대대적인 새마을조림운동을 통해 황폐한 산야를 푸르게 만든 경험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급속한 도시화로 도시숲의 공간은 줄어들고, 산업단지 주변의 미세먼지와 열섬현상은 시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는 기후적응형 나무심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그늘과 서식처를 제공하는 생활숲을 조성하고, 지방의 유휴지와 폐광·폐공장 부지를 생태숲으로 복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나무를 심는 행정사업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관리하며, 탄소저감 실적을 디지털로 기록·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환경감시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한 우리 NGO들은 단순한 환경보호의 범위를 넘어, 시민참여형 탄소저감 운동의 촉진자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나무심기 사업은 공공정책에 의존하기보다 시민의 손에서 시작되어야 지속 가능하다. 우리는 이미 몽골 셀렝가도에서 정부와 협력해 3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은 경험이 있다. 이러한 국제협력형 나무심기 모델을 확대하고,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나무 한 그루의 생애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탄소중립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환경운동을 넘어, 새로운 녹색경제의 초석이 될 것이다.
나무심기는 지구의 생명을 되살리는 가장 단순하고 가장 확실한 행동이다. 그러나 이제 그 의미는 단순한 식재를 넘어선다. 나무 한 그루가 과학과 기술, 시민의식, 국제협력의 결합체가 되어야 한다. 세계는 이미 혁신적인 나무심기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 역시 그 흐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지금 심는 한 그루의 나무가 10년 뒤, 100년 뒤 우리 아이들의 숨 쉴 공기를 바꾼다. 기후위기 시대, 나무심기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전략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우리의 손에서 시작된다.

칼럼리스트 민병돈
현) 환경감시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
현) (사)환경보전대응본부 사무총장
현) 에코인홀딩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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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나무심기릴레이 참여
후원전화 187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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