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 한입에 담긴 세계사 2,000년
2022년 말, 창비에서 출간한 『식탁 위의 세계사』가 20만 부 판매를 돌파하며 특별 한정판으로 재탄생했다. 2012년 첫 출간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이 책은, ‘음식’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소재로 세계사를 풀어내며 청소년 교양서의 지평을 넓혔다. 감자와 후추, 빵과 바나나 같은 식탁의 재료들이 어떻게 인류의 운명을 뒤바꾼 사건으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인문학적 사유의 맛을 선사한다.
“이보다 더 맛있는 세계사는 없다.”라는 출판사의 문구는 과장이 아니다. 『식탁 위의 세계사』는 ‘먹는 이야기’로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요리해냈다.
『식탁 위의 세계사』는 제2회 창비청소년도서상 교양 부문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출간 직후부터 ‘가장 맛있는 역사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청소년 교양서이지만, 성인 독자층에서도 꾸준히 판매되며 20만 부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번 한정판은 교보문고 단독으로 제작되었으며, ‘작가의 말’과 함께 독자 참여형 십자말풀이 페이지가 추가되었다. 메뉴판을 닮은 표지는 ‘책’이 아니라 ‘식사’를 떠올리게 하며, “지식을 먹는 즐거움”이라는 상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출판사 창비는 “이 책은 세대를 아우르는 독서의 경험을 만들어낸 드문 교양서”라며, “특별판은 그 여정을 함께해준 독자들에게 감사의 의미를 전하고자 기획됐다”고 전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음식’이라는 렌즈로 세계사를 재해석한 구성이다. 감자에서 시작된 아일랜드 대기근, 간디의 소금 행진, 대항해 시대를 촉발한 후추의 열풍, 그리고 아편전쟁으로 이어진 ‘차’의 역사까지 — 열 가지 음식이 곧 세계사의 주요 장면이 된다.
특히 후추 한 알이 신대륙 발견의 동기를 제공했다는 설명은 청소년들에게 경제와 탐험, 식민지 확장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또한 ‘동파육’을 만든 시인 소동파의 이야기를 통해 문화와 음식, 예술이 얽힌 동양사의 풍경도 함께 맛볼 수 있다.
이처럼 『식탁 위의 세계사』는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라, ‘먹는 행위’에 담긴 인류의 문명사를 다시 음미하게 만드는 인문서다.
저자 이영숙은 10년간 교사로 재직하며 학생들이 역사에서 어려워하는 지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아이들과 함께한 식탁의 대화를 책 속에 담았다.
“밥을 먹으며 세계사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이 이 책의 씨앗이 됐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식탁 위의 세계사』는 가정에서의 대화와 학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교육서이기도 하다.
그녀의 글은 따뜻하지만 단단하다. “지식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발견하는 것”이라는 교육 철학은 책의 구석구석에 배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엄마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세계사’라 불린다.
『식탁 위의 세계사』는 단지 청소년 교양서가 아니다. 그것은 세대를 잇는 인문학의 식탁이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단순하다. 이 책은 독자에게 ‘앎’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한 끼의 식탁 위에서 세계와 연결되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세계사의 거대한 흐름을 한입에 담은 이 책은, 다시 한 번 한국 독서문화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지식은 어렵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맛있게 나누는 것”이라는 메시지처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