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무용의 본질은 느림 속의 사유다. 그 느림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마음의 깊이를 드러내는 언어이며, 그 언어를 온전히 담고 있는 예술이 바로 성인인상무(成人印象舞)다. 황해도 해주 지역에서 비롯된 이 전통춤은 불교적 수행정신과 인간의 내면을 형상화한 예술로, ‘몸으로 그리는 철학’이라 불린다.
성인인상무는 장삼의 흩날림과 호흡의 리듬 속에 수행자의 고요한 세계를 담아낸다. 허튼춤의 자유로움, 회심곡의 절제된 슬픔, 바라춤의 신비로운 울림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인간의 고뇌와 깨달음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단 한 번의 발놀림에도 정신의 흐름이 느껴지고, 침묵 속에서도 감정이 전해진다.
이 춤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국가무형유산 강령탈춤 이수자이자 성인인상무보존회 회장인 이종호 예술감독이다. 그는 “성인인상무는 인간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꾸미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인간, 수행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그립니다”라고 말한다. 이종호 감독은 서울시립무용단과 국립국악원무용단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무용의 전통을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내며 새로운 미학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인천 국악회관에서 공개된 창작무 ‘노승, 가면을 벗다’는 성인인상무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 실험적 무대였다. 전통춤의 정신과 연극적 구성, 조명과 영상의 조화는 관객에게 새로운 감각적 충격을 선사했다. 공연 이후 관객들은 “춤이 아닌 명상이었다”, “움직임으로 마음을 정화하는 듯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성인인상무보존회는 향후 국내외 공연뿐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한국 전통예술의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한다. 특히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정신적 예술을 알리기 위한 국제교류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전통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의 감동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성인인상무는 그 증거다. 관객은 그들의 무대에서 단순한 춤이 아니라 ‘삶과 깨달음의 여정’을 만나게 될 것이다. 예술이 마음을 어루만지고, 고요가 감동이 되는 무대 ― 그곳에 성인인상무가 있다.
문의:
성인인상무(해주승무)보존회 회장 이종호
전 화: 010-9017-3245
이메일: olssuya171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