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일척 영화 예고편
캄보디아 사태로 난리인 요즘 2023년 영화 하나가 회자하고 있다. 고주일척(孤注一掷)이라는 중국 영화로, 영어로는 ‘No More Bets’이다. 제목만 봐서는 도박 관련 영화 같지만, 캄보디아 사건을 다룬 영화라고 한다.
영화는 판셩과 안나라는 두 젊은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판셩 인물 소개에서 생각해 본 게 있어서 기사를 써 보려 한다.
판셩은 능력 있는 프로그램 기술자이지만, 승진에서 계속 밀리며 ‘꽌시(关系)’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지 한계를 느낀다. 그래서 대접이 괜찮아 보이는 해외 취업을 하게 되고, 범죄 조직에 끌려가게 된다.
‘꽌시’는 한자어를 읽으면 ‘관계’이다. 이걸 굳이 중국어로 읽는 것은 관계라고 보기에는 중국 고유의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제주도의 ‘괸당’ 같기도 하고, 지연 혈연 학연과 연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어이다. ‘꽌시’는 이런 단어보다 훨씬 더 긴밀하다고 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역사를 보면 능력이 아닌 ‘아는 사람’을 승진시키거나 고용시키면 사회에 폐단이 생긴다. 조선말 정부가 제 역할을 못 한 것도 외척 때문일 수 있다. 안동 김씨나 풍양 조씨 가문 사람이 아니면 과거 시험을 통과할 수 없고, 과거 시험에 합격해도 높은 자리로 승진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김옥균과 같은 비극적 인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김옥균이 일본에 이용당했든 어쨌든 내란범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 인재 해외 유출이 심각하다는 기사(https://www.mk.co.kr/news/economy/11394737)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한국에서 자라 한국에서 중요한 기술 개발을 하던 이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인재 영입을 원하는 해외 국가의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나고 있는 이들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상당히 많아졌다.
자국민 보호가 강한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해외 인재를 자선 사업으로 대하는 것은 아니다. 자국의 발전을 위해 투자로 보는 것이다. 이제 식민지를 개발해서 자본주의 확장을 꿈꿀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인터넷이라는 바다와 신기술로 다른 나라보다 앞서가면서 부를 축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읽고 부강한 나라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흐름을 이끌어갈 인재가 필요한 것이다. 실력보다 ‘우리가 남이가’로 고용하고 승진시키면 그 자리만 욕심내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 가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이해하지 못하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2025년 10월 19일 천연기념물 황새 자연 방사 행사에서 주인공 황새가 죽어 버렸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5/10/18/QI7WVKO2HRAYBFEGTOWF7OUJTM/) 이유가 어이없게도 땡볕에 황새를 가둬놓고 그 과정에서 견디지 못한 황새 수컷이 폐사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자기 일을 이해 못 한 사람이 벌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황새의 특성을 이해했다면 그렇게 땡볕에 황새를 우리에 가둬놓는 일을 벌일 수 있을지 질문이 든다. 그리고 천연기념물 복원하기 힘든 황새를 어렵게 복원하는데 헌신했으면, 황새에게 그런 대접을 했을 지도 의문이 든다.
문화 행사 중 ‘개회’나 ‘폐회’ 관련 행사를 어느 순간부터 피하게 되었다. 공연을 보러 갔는데, 무슨 인사 소개를 한다고 공연 하나 이상의 시간을 소요한다. 더한 경우는 그렇게 참여하는 귀빈이 바쁘신 분이라 지각하는 데 기다려 준다고 행사 자체를 늦게 시작하는 경우이다. 그래서 원래 공연 보기도 전에 진을 다 빼고 행사가 마쳐야 할 시간보다 한참 지나서 마치는 경우를 몇 번 겪었다. 그러다 보니 식순에 의례가 있는 그런 문화 행사는 조심스러워졌다.
또 한 가지 생각은 ‘상대적 박탈감’이다. 안나라는 여성은 지인이 사는 아파트 차 등 비싼 물건에 혹해서 범죄 조직에 납치된다. 그녀는 모델 일을 하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그녀가 사는 환경은 열악하다.
캄보디아 사태가 터지면서, 일명 ‘버닝썬 사건’이라 불리는 마약 사건 등이 또 회자가 되고 있다. 당시 마약 관련 주요 인물 중 재벌 3세가 있었다. 젊은 여성인데 사회적 연결망에 자신의 호화로운 삶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밌는 사실은 그녀가 마땅한 직업이 없다는 것이다. 마땅한 직업이 없는데 일반 근로자 몇 달 치 봉급에 해당하는 명품도 사고, 좋은 곳에 놀러 다니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광고보다 이런 사회적 연결망 글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일수록 노동에 대한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게 하려 노력한다. 누군가 덕에 호화롭게 살아도 세금은 내야 하는 것이다. 소득의 출처를 밝힐 수 없는 사람이 비싼 차나 물건을 소유하면 조사에 들어간다.
세금을 잘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은 나라의 건전한 재정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조선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이 양반은 세금이나 군역의 의무는 지지 않고, 이 모든 것은 양민이 해야 했다. 더구나 사회가 부패하면서 양반들은 백성에게 자신들이 거두어들이는 몫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늘려갔다.
사회가 건전하지 못한 징후 중 하나가 ‘도박적 사회’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한탕주의’가 대세가 되는 사회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장기 계획을 세우기 힘들고, 성실하게 직업을 갖고 살기보다 투기를 통해 한 번에 크게 벌고 싶은 심리가 커지는 사회이다.
개인적으로 사회가 구성원을 이렇게 한탕주의로 몰고 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의 불건전성을 낳고 위험한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회든 국가든 제대로 운영하려면, 성실한 사람이 보상을 받고 불법적으로 수익을 얻은 사람은 제재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 불법적으로 버는 사람이 성실한 사람보다 잘 산다면 ‘상대적 박탈감’은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종국에는 성실하게 일할 사람을 찾기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는 성실하게 일하며 세금을 내는 한민족 노동자에게 조금 더 감사함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늘 든다. 그들의 인권도 좀 더 생각하고, 그들이 연애하고 가족을 꾸릴 수 있는 여유로움을 선사할 수 있도록 정말 노력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