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자리한 ‘모량국어학원’은 규모로 승부하는 대형 학원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교실마다 학생 수는 적고, 커리큘럼은 세밀하며, 무엇보다 원장 윤경미의 눈은 늘 학생 ‘한 명 한 명’에게로 향해 있다.
“국어는 아이마다 출발선이 다르고, 사고력과 습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개별 맞춤 지도가 필수예요. 저희는 소규모 수업을 하되, 학생별 국어 능력과 성향에 따라 커리큘럼을 계속 조정하고 있어요.”
![]() ▲ 모량국어학원 윤경미 원장 © 모량국어학원 |
윤 원장은 스스로를 “사장님”이 아니라 “선생님”이라고 소개한다. 학원을 차린 것도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그저 학생을 가르치며 더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 교습소로 시작한 그의 도전은 점차 학부모와 학생들의 신뢰를 얻으면서 규모를 키우게 되었고, 지금은 대구 지역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국어학원’으로 자리 잡았다.
![]() ▲ 모량국어학원 내부 전경 © 모량국어학원 |
윤 원장은 학원 운영을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이 아니다. 개인 과외와 학원 강사 생활을 이어오던 그녀는 “내 공간에서 내 방식대로 해보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교습소를 열었다. 경신고 후문 인근에서 소규모로 시작해 3~4년간 운영하던 중, 수강 문의가 늘고 학부모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학원으로 확장했다.
“잘하는 학생만 가릴 수도 없고, 특정 학교 학생들만 받을 수도 없잖아요. 그러려면 함께할 강사 선생님들도 필요했고, 인가를 받으려면 더 넓은 공간도 필요했죠. 결국 ‘학원’이라는 틀로 나올 수밖에 없더라고요.”
▲ 사진 © 모량국어학원 |
프랜차이즈 간판이 아니라, 처음부터 지금까지 ‘모량국어’라는 이름으로 운영을 이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체 제작 교재와 커리큘럼을 통해 학원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아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직접 찾는 방식이다.
모량국어의 수업은 학년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 모량국어학원 내부 전경 © 모량국어학원 |
초등부는 책 읽기, 글쓰기, 토론과 논술 중심이다. 윤 원장은 “아직 어리기 때 문에 최대한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쓰고, 말하는 경험이 필요하다”며 국어의 기초 체력을 기르는 데 집중한다.
중등부는 본격적으로 학교 시험과 문법 학습이 들어간다. 동시에 고등 국어의 일 부 내용을 미리 접하도록 설계해,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엔 고등 학습의 기본기를 자연스럽게 확보하게 된다.
고등부는 개별 맞춤식이 핵심이다. 학생마다 수준과 필요가 다르기 때문에 “과외 처럼” 맞춤형 커리큘럼을 짠다. 예를 들어, 시험 직전에 중세국어를 처음 접하는 학생이라면 몇 달 전부터 따로 시간을 내 집중적으로 해당 부분을 학습하도록 돕는다.
▲ 사진 © 모량국어학원 |
윤 원장은 “수학이나 영어는 초등 때부터 꾸준히 다니는 경우가 많지만, 국어는 고등학교 가서야 중요성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며 “그때부터는 노력만으로 메꾸기 힘든 부분이 생긴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초·중 과정부터 국어의 기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 사진 © 모량국어학원 |
모량국어학원이 대형 학원과 다른 점은 바로 ‘개별성’이다.
대형 학원은 반을 나누고 시험 성적에 따라 이동시키는 체계지만, 윤 원장은 아이들의 성격, 학습 습관, 과제 수행 여부까지 세심히 관찰한다.
“오늘 과제를 했는지 안 했는지뿐 아니라, 이 아이가 평소에 과제를 꾸준히 해오는 친구인지, 아니면 집중이 부족한 친구인지까지 알고 있어요. 머리는 좋은데 열심히 안 하는 친구, 성실한데 성적이 잘 안 나오는 친구, 모두 다르게 지도합니다. 과제가 부족한 친구는 자습 시간을 따로 배정해 주기도 하고요.”
▲ 모량국어학원 강사진 (좌)석은영 선생님 (우상)김주리 선생님 (우하)김영우 선생님 © 모량국어학원 |
이런 차별화된 방식은 학부모와의 깊은 상담으로 이어진다. 윤 원장은 “부모님과 소통이 있어야 아이 지도도 제대로 된다”며 학생의 성향과 현재 학습 상황을 구체적으로 공유한다.
윤 원장은 운영 과정에서 많은 제자들을 떠올린다. 특히 경북고에 다니던 한 학생은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경북고는 서술형 시험지를 회수해 공개하지 않았는데, 그 학생이 시험을 치르고 와서 모든 문제를 빈 종이에 복기해냈다.
“남학생들이 중·고등학교 올라가면 시험지조차 잘 안 가져오는 경우도 많은데, 그 친구는 시험 문제를 다 외워서 그대로 적어줬어요. 저한테는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었죠.”
▲ 모량국어학원 내부 전경 © 모량국어학원 |
또 다른 기억은 성적 급상승의 사례다. 경신고에 다니던 한 고3 학생이었다. 입시 결과가 쌓이지 않았던 시절이라 학부모와 학생의 불안이 큰 때였음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고 윤 원장의 지도를 믿고 따랐다. 결과적으로 수능 국어 성적이 4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랐고, 그는 한양대 공과대학에 진학했다. 윤 원장은 “서울대보다 값진 성과였다”며 뿌듯해했다.
현재 모량국어는 고등부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윤 원장은 “초·중등부를 탄탄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최근 좋은 강사진을 확보하면서 초등부 모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독서·글쓰기 기반의 커리큘럼을 강화할 계획이다.
![]() ▲ 25년 만우절 기념 코스프레 윤경미 원장 © 모량국어학원 |
또한 입소문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올해는 학부모 설명회를 준비 중이다. 그녀는 “대치동 학원가를 오가며 입시 공부를 해왔는데, 학부모에게 실제 대학 진학 가능성과 학습 방향을 제시하는 설명회를 열어보고 싶다”며 “처음 해보는 시도지만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 모량국어학원 입구 인포 © 모량국어학원 |
마지막으로 학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윤 원장은 잠시 머뭇거리다 진심 어린 소회를 밝혔다.
“제가 학원 원장으로 나선 시기가 40살 즈음이라, 나이도 어리고 입시 결과도 없던 때였어요. 말재주도 부족해서 저를 포장할 수도 없었고요. 그런데도 이상하리만큼 저를 믿고 자녀를 맡겨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제가 직접 아이를 키우며 학원에 보내다 보니, 그 믿음이 얼마나 큰 것인지 더 절실히 알게 됐어요. 늘 감사할 뿐입니다.”
▲ 모량국어학원 외부 전경 © 모량국어학원 |
윤 원장은 여전히 “학원장으로서 부족하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가 기억하는 윤경미 원장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개별 맞춤형 지도로 성적과 자신감을 끌어올리고, 학생 한 명 한 명을 끝까지 챙기는 교사. 그것이 바로 ‘모량국어학원’이 경쟁 치열한 대구 교육 현장에서 특별히 빛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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