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닭의 눈으로 본 인간 사회 — 창신강의 풍자 성장소설
“닭의 시선으로 인간을 본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보일까?”
중국 작가 창신강의 『열혈 수탉 분투기』는 이 단순한 물음을 통해 놀라운 풍자를 펼친다.
양계장의 울타리 안에서 시작된 수평아리의 이야기는, 단순한 동물 동화가 아니라 ‘자아를 찾는 인간의 서사’로 확장된다.
수탉이 되고 싶다는 꿈, 편안한 일상을 거부하는 의지, 그리고 자유를 향한 분투는 결국 인간이 마주한 정체성의 문제를 상징한다.
청소년 문학 시리즈 ‘마음이 자라는 나무’의 한 권으로 출간된 이 작품은, 그 유머와 풍자 속에 사회비판과 성장의 철학을 담았다.
주인공 수평아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선택의 기로에 선다.
살이 쪄 도축장으로 향하는 고기닭이 될 것인가, 아니면 ‘멋진 수탉’으로 거듭날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동물의 고민이 아니다.
이는 바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가’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다.
수평아리의 세계에는 규칙이 있고, 질서가 있고, 무엇보다 두려움이 있다.
그는 그 질서에 도전하며, 닭장에서 ‘자유’를 꿈꾸는 모험을 시작한다.
작가 창신강은 이런 설정을 통해, 청소년들이 부모나 사회가 정해준 삶의 틀에 도전하는 용기를 은유적으로 그려냈다.
작품 속 닭장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작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닭장 안에는 권력 관계가 존재하고, 외모로 평가받으며, 생존 경쟁이 끊이지 않는다.
이 닭장의 풍경은 곧 인간 사회의 모습이다.
특히 작가는 풍자와 의인법을 절묘하게 엮어, 독자로 하여금 “닭들이 어쩌면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짜 양키’ 이모와 ‘서양 닭’이라는 캐릭터는 세계화된 사회 속 정체성 혼란을 상징하며,
‘조류독감’은 두려움과 통제를 통해 움직이는 사회의 구조를 빗댄다.
이처럼 창신강은 웃음을 유도하면서도, 권력과 인간성의 문제를 교묘히 드러낸다.
수평아리는 주인의 뜻에 따라 살이 찌고 도살되는 평온한 삶을 거부한다.
그는 “안전한 울타리 밖”으로 나가길 원한다.
이 대목은 인간이 사회적 안락함 속에 안주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진정한 자율과 선택의 의미를 묻는다.
창신강은 이를 통해 “진짜 자유는 위험 속에서 피어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결국 수평아리의 모험은 자기 주도적 삶의 선언문이며,
청소년들에게는 “타인이 그어준 선을 넘어서는 용기”를 상징한다.
『열혈 수탉 분투기』의 끝에서 주인공은 홀로 성장하지 않는다.
그는 경쟁자와 친구를 껴안으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자아를 발견한다.
이 작품이 진정한 청소년 문학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이 결국 공동체 속에서 완성된다는 메시지 덕분이다.
닭의 눈으로 본 인간 사회는 냉소적이지만, 동시에 따뜻하다.
창신강은 이 풍자 속에 인간의 품격, 청춘의 성장, 그리고 자유의 책임을 담았다.
이 소설은 닭의 이야기로 위장된, 인간에 대한 정교한 철학적 우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