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책, 어른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되다
한때는 잠자리에서 읽던 그림책이, 이제는 어른들의 인문학 교재가 되었다.
부산의 작은 생태마을 물만골에서 다섯 명의 저자가 펼친 『그래도, 괜찮아! 마음과 마을』은 경쟁과 불안에 지친 현대인에게 ‘괜찮음’의 철학을 건넨다.
이 책은 『구룬파 유치원』, 『괴물들이 사는 나라』, 『돼지책』, 『어린왕자』 등 익숙한 그림책을 철학·심리학·사회학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며, “어른들이 잊은 마음의 언어”를 되찾는 여정을 그린다.
어린이의 책이 아닌, 어른의 마음을 위한 그림책 읽기 —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제시하는 새로운 길이다.
『그래도, 괜찮아! 마음과 마을』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그림책을 다시 읽어보자.”
그러나 그 안에는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구룬파 유치원』을 통해 사회적 소외와 존재의 의미를,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통해 내면의 억압과 감정의 해방을 탐색한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어쩌면 우리 자신이다.
성과와 비교, 관계의 피로 속에서 ‘진짜 나’를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그림책은 조용한 거울이 되어 마음을 비춘다.
방정민 저자는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우리는 누군가의 인정과 사랑을 갈망한다”며 “그림책은 그 마음의 본질을 다시 보여주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장소에도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태어난 곳은 부산의 작은 생태마을, **‘물만골’**이다.
이곳은 도시화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공동체적 삶을 지켜온 사람들의 터전이다.
그림책 모임으로 시작된 작은 만남은 어느새 마음과 마을을 잇는 인문학 공동체로 성장했다.
김광영 저자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책을 읽는 일은 개인의 치유이자 공동체의 회복이었다”고 말한다.
물만골의 실험은 단순한 독서모임을 넘어, 인간 관계의 회복과 생태적 삶의 가치가 어우러진 새로운 문화운동의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도, 괜찮아! 마음과 마을』은 단순한 감성 에세이가 아니다.
책은 하이데거, 마르틴 부버, 프로이드 등 철학자와 심리학자의 사유를 기반으로 그림책을 해석한다.
‘존재와 관계’, ‘자아와 타자’, ‘희망과 절망’이라는 인간 보편의 질문을 동화 속에서 되짚는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행동하는 철학’을, 『돼지책』은 ‘가부장적 사회의 거울’을, 『어린왕자』는 ‘존재의 근원’을 성찰하게 한다.
그림책 속 단순한 문장과 이미지가 인문학적 사유의 장으로 확장되는 순간, 독자는 깨닫는다.
“그림책은 결코 어린이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래도 괜찮아.”
이 단순한 문장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말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불완전한 나를 인정하고, 서로의 다름을 포용하는 삶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그림책을 매개로 개인이 회복되고, 회복된 개인들이 마을을 변화시킨다.
『그래도, 괜찮아! 마음과 마을』은 치유의 철학이 곧 공동체의 철학임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독자는 알게 된다.
삶은 완벽하지 않아도, 그래도 괜찮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