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 원대역 인근에 자리한 ‘책나무 인지점’은 단순한 독서 학습관이 아니다. 이곳은 아이들의 문해력과 사고력을 근본부터 키워내는 공간으로, 독서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학습 전반의 기초라는 철학 아래 운영된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이유 역시, 점점 더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문해력 교육을 어떻게 현장에서 구현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사진 = 대구 서구 원대역 인근 '책나무 인지점' |
최수정 원장은 원래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영어를 가르쳐왔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습력이 떨어지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새로운 길을 고민했다. 특히 해석은 할 줄 알지만 글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문장을 자기 언어로 설명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난 현실을 보며, 독서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영어를 잘하려면 결국 국어를 잘해야 하고, 국어를 잘하려면 독서가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문해력이 모든 학문의 시작이죠.”
책나무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고르고, 그에 맞는 활동지와 1대1 북토킹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다독’에 그치지 않고, 한 권을 끝까지 읽고 이해하는 ‘정독’에 무게를 둔다.
▲ 사진 = 책나무 인지점 |
수업에서는 “주인공이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네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위인이 지금 태어난다면 어떤 직업을 가졌을까?”와 같은 창의적 질문들이 오간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점차 자신만의 시각을 표현하며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게 된다. 또한 한 권의 책을 다른 작품이나 역사적 사건과 연결하는 ‘연계 독서’도 활발히 진행된다. 예를 들어, 『홍길동전』을 읽은 뒤 『레미제라블』이나 프랑스 혁명까지 확장하는 식이다.
![]() ▲ 사진 = 책나무 인지점 |
책나무 인지점에서는 단순한 독서 활동을 넘어, 어휘 시험과 속담·고사성어 학습, 골든벨 퀴즈, 토론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근에는 ‘AI와 인간의 공존’을 주제로 찬반 토론을 진행하며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 ▲ 사진 = 책나무 인지점 |
또한 신문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시사적 주제에 대한 탐구와 팩트체크 능력까지 길러주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경북대 교수 초청 특강을 열어 책으로만 접근하기 어려운 역사적·철학적 주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학습을 경험하게 했다. 최 원장은 “아이들이 책 속 지식에 머물지 않고 실제 세상과 연결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 사진 = 책나무 인지점 |
최 원장은 기억에 남는 제자 사례를 여러 건 들려주었다. 학습 만화에만 익숙해 처음에는 긴 글을 읽지 못하던 한 학생은 3개월 동안 꾸준히 지도를 받으며 한 권의 책을 완독하고, 이후 자신의 생각을 글과 말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또 다른 학생은 책에서 배운 논리적 사고를 활용해 부모님을 설득할 PPT를 직접 만들어 보여주기도 했다.
▲ 사진 = 책나무 인지점 |
“책 읽기가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바꾸는 힘이 된다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최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학부모들 역시 변화된 모습을 체감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아이가 집에서 짜증을 자주 냈는데, 요즘은 책에서 본 표현을 사용하며 차분하게 자기 뜻을 말한다”는 한 부모의 피드백은 문해력 교육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 ▲ 사진 = 책나무 인지점. |
책나무 인지점은 가정과의 연계 교육도 중요하게 여긴다. 다만 바쁜 맞벌이 가정의 현실을 고려해 부모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기보다는, 아이가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자연스럽게 집에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포트폴리오를 정기적으로 제공해 아이의 학습 과정을 공유하고, 필요할 경우 개별 상담도 진행한다.
![]() ▲ 사진 = 책나무 인지점. 추억의 뽑기 이벤트 |
특히 최 원장은 “아이의 성장은 하루아침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늘 학부모들에게 강조한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이상 꾸준한 독서를 통해야만 문해력의 진짜 힘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 ▲ 사진 = 책나무 인지점 어휘 시험 |
책나무 인지점은 현재 원대역 인근에서 독서·논술 교육 기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최 원장은 앞으로 영어 원서를 접목한 프로그램 개발, 글쓰기 대회 및 신문 제작 프로젝트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 “국어와 영어, 나아가 모든 학문의 뿌리는 독서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자기 삶을 그려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사명입니다.”
▲ 사진 = 책나무 인지점 경북대 교수님 역사 강의 |
책나무 인지점은 단순한 독서 학원이 아니라, 아이들의 사고력·표현력·문해력을 동시에 길러주는 미래형 교육 공간이다. 기자가 만난 최수정 원장은 “문해력이 곧 경쟁력”이라는 믿음을 실천하며, 아이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과 세상을 보는 눈을 선물하고 있었다. 앞으로 이곳이 지역 사회에서 더 많은 아이들에게 배움의 뿌리를 키워주는 공간으로 성장하리라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