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자동차보험 긴급출동 서비스가 전국의 섬과 산간 지역까지 확대된다. 그동안 도서 지역은 ‘차량 진입이 어렵다’는 이유로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돼 왔지만, 형평성 논란이 커지면서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약관을 개정하기로 한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 관리와 비용 부담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그동안 국내 손보사들은 약관에 ‘섬·벽지 등 차량 진입이 제한되는 지역은 긴급출동 서비스 제공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조항을 명시해왔다. 섬 지역의 경우 육지에서 선박을 타고 이동해야 하며, 도선비와 운송비가 일반 지역보다 2~3배 이상 들어 현실적인 제약이 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보험료는 똑같이 내고도 혜택은 못 받는다”라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정치권으로도 이어졌다. 신안군을 지역구로 둔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섬이라는 이유로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현실은 부당하다”라고 지적하자, 업계가 움직였다. 이에 삼성화재·현대해상·한화손해보험·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5대 손보사는 내년까지 약관을 개정해 도서·산간 지역까지 긴급출동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한화손보는 연내, 삼성화재는 내년 1월, 나머지 3개사는 내년 9월까지 순차적으로 개정을 마칠 예정이다.
섬·산간 지역의 차량 등록 대수는 약 17만 대, 보험 가입 인원은 27만 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차도선을 이용한 차량 이동은 누적 1,100만 대를 넘어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손해보험협회는 업계와 함께 섬 지역 내 경정비 장비 지원과 현장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해, 배터리 충전이나 비상 급유 등 긴급 상황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섬과 산간 지역은 이동 거리와 시간, 기상 여건 등의 변수로 출동 비용이 내륙보다 훨씬 높고, 정비 인력이나 장비가 부족해 실질적인 운영이 쉽지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긴급출동은 본래 부가 서비스지만 전국 확대가 되면 출동 빈도와 비용이 함께 늘어난다”라며 “결국 손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0% 안팎이며, 일부 중소형 손보사는 90%를 넘어선다. 금융감독원 역시 “도서지역 지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한 건당 출동 비용이 내륙 대비 수십 배 높은 건 현실”이라며 “섬에 제휴 정비소가 없으면 출동이 사실상 어려운 경우도 있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이번 조치는 소비자 형평성과 보험사 비용 부담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결정으로 풀이된다. 서비스 품질과 대응 속도가 앞으로 보험사 간 경쟁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이며, 금융당국이 향후 약관 차별 금지나 서비스 의무화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국 서비스 확대’라는 명분 아래, 보험사들이 감내해야 할 것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라는 더 큰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