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때 그렇게 하지 말 걸”이라는 문장을 가슴 한구석에 품고 산다.
죄책감은 과거로 향하는 감정이다. 이미 끝난 일을 반복해서 되새기며 스스로를 비난하게 만든다.
심리학에서는 죄책감을 ‘행동에 대한 평가’, 수치심을 ‘존재에 대한 평가’로 구분한다.
하지만 두 감정이 뒤섞이면 사람은 ‘잘못한 나’가 아니라 ‘잘못된 나’로 자신을 규정한다.
이 순간, 마음은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된다. 물론 죄책감은 도덕적 성찰의 바탕이 된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면, 변화의 원동력이 아니라 자기를 소모시키는 감정으로 변질된다.
글쓰기는 바로 이 지점을 회복시켜 준다.
‘나는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를 객관적으로 마주하는 과정에서 마음은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용서는 타인에게 베푸는 행위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선택이다.
심리학적으로 ‘자기 용서’는 사건을 잊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새롭게 해석하는 능력이다.
과거의 경험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순간, 감정의 무게는 줄어든다.
글을 쓰는 행위는 생각을 언어로 구조화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감정은 재구성되고, 마음의 혼란은 언어의 질서 속에 자리 잡는다.
즉, 글쓰기는 ‘자기 용서’를 위한 인지적·정서적 훈련이다.
자기 용서는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탓하지 않는 연습이다.
‘그때의 나는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했다’는 문장은 마음을 회복으로 이끈다.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태도, 그것이 자기 용서의 시작이다.
글쓰기에는 심리적 회복의 구조가 있다.
이는 상담이나 심리치료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법이지만, 누구나 스스로 실천할 수 있다.
① 사건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기
— 변명 없이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있는 그대로 적는다.
② 그 일로 인해 느낀 감정 정리하기
— 미안함, 후회, 두려움, 안도감 등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③ 현재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하기
— “그때의 나는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했다.”
이 세 단계의 글쓰기는 마음을 판단의 대상으로부터 이해의 대상으로 전환시킨다.
그때의 자신을 비난하던 시선이 점차 따뜻한 이해로 바뀌면서, 죄책감은 반성으로, 반성은 성장으로 변한다.
자기 용서는 단 한 번의 결심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매일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루틴이 필요하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써보자.
“오늘 나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나답게 살기 위해 애썼다.” 이 문장은 자기 연민의 언어다.
자기 연민은 나약함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을 존중하는 힘에서 비롯된다.
꾸준한 글쓰기는 감정을 정리할 뿐 아니라,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심리적 근력’을 키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 부른다.
삶이 흔들릴 때, 나를 단단히 지탱하는 힘은 결국 ‘기록하는 나’에게서 나온다.
글을 쓴다는 것은 기억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기억을 다시 해석하는 일이다.
그때의 나는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였다.
이 문장을 마음속에 새겨보자. 용서는 타인을 위한 도덕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지혜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적어보자. 오늘 내가 미안했던 일, 그때의 나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 내일을 위해 바꾸고 싶은 마음 이 짧은 기록이 쌓일수록, 마음은 점점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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