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어른’은 확신에 차 있고,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현실의 어른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흔들리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상처받는다.
마스다 미리의 산문은 바로 그 흔들림의 순간을 기록한다.
그녀의 글은 위로를 전하기보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라는 공감으로 다가온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다정한 시선이 담겨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흔들림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흔들림을 인정하는 일이다.
그 감정의 진폭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조용히 흔들리는 순간, 우리는 어른의 얼굴을 닮아간다.
외로움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시선이 많지만, 어른의 외로움은 다른 결이다.
그것은 타인에게서 멀어지는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마스다 미리의 글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자주 등장한다.
그 시간은 공허하지 않다. 오히려 마음을 정리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외로움이야말로 성숙의 한 과정이라는 메시지가 은근하게 스며 있다.
삶은 결국,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확인하는 여정이다.
누군가 곁에 있든 없든,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어른의 징표다.
그 외로움이 결핍이 아니라 성장의 증거임을 그녀의 글은 조용히 알려준다.
삶을 완벽하게 살아내는 사람은 없다.
마스다 미리의 산문 속 인물들은 실수하고 후회하며, 때로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낸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이고, 그래서 위로가 된다.
삶의 아름다움은 완성에 있지 않다.
오히려 불완전한 오늘을 견디며, 그 안에서 작은 의미를 찾아가는 데 있다.
그녀의 시선은 거창한 희망 대신,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는 다정한 수긍으로 끝을 맺는다.
그렇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삶은 언제나 조금씩 흔들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살아간다.
마스다 미리의 산문은 ‘성숙’이란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성숙이란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부서지지 않는 마음의 힘일지 모른다.
그녀의 문장은 그 사실을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일깨운다.
오늘도 흔들리고 있다면,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 흔들림 속에 아직 살아 있는 감정이 있고, 그 감정이 우리를 진짜 어른으로 만들어 준다.
※ 마스다 미리,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권남희 옮김, 이봄, 2016.
본 칼럼은 해당 저작물의 주요 주제를 인용·비평 목적에서 재해석하였으며, 직접 문장 인용 없이 서평적 논평 형식으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