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쓰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이 말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행위를 ‘정서적 해방(Emotional Release)’의 한 형태로 본다. 머릿속에 쌓인 생각과 감정을 언어로 정리하는 순간, 뇌는 복잡한 감정을 하나의 ‘의미 있는 경험’으로 정리하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연결되고, 멈추지 않는 디지털 시대. 우리는 매일 수많은 글을 소비하지만, 정작 스스로에게 쓰는 글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하루 10분이라도 오롯이 나에게 쓰는 글은 감정을 정리하고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는 디지털 명상이 된다.
그 짧은 시간이야말로 스스로를 돌보는 가장 단순한 치유의 시간이다.
심리학 연구들에 따르면,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행위는 불안과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글을 쓰는 동안 사람의 뇌는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감정의 원인을 언어로 해석하기 시작한다. 이때 뇌의 일부 영역이 안정화되면서 감정 조절 능력이 높아지고,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내적 통제감’을 되찾게 된다.
즉,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기록하는 일이 아니라 혼란스러운 감정을 질서 있게 정리하는 심리적 청소 과정이다.
‘감정 일기’나 ‘오늘의 한 줄 글쓰기’처럼 주제 없이 자유롭게 쓰는 글도 충분하다. 오히려 완벽함을 내려놓고 순간의 감정을 그대로 써내려갈 때, 진짜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시작된다.
사람의 뇌는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때 안정감을 느낀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감정은 더 이상 두렵지 않은 ‘이해 가능한 감정’이 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심리학에서 ‘감정의 언어화(Emotional Labeling)’라 불린다.
불안을 “불안하다”고 쓰고, 슬픔을 “슬프다”고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뇌의 정서적 반응이 완화된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인정하고 표현할 때 내면의 균형이 회복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글루미 저널(Gloomy Journal)’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화려한 일기 대신,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기록하는 방식이다. 감정을 꾸미지 않고 드러내는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이해하고 치유하게 된다.
글쓰기의 치유 효과는 ‘시간’보다 ‘꾸준함’에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단 10분이라도 나에게 집중해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면, 감정을 정리하는 힘이 길러진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다음과 같은 문장을 써보자.
“오늘은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무엇 때문에 웃었을까?”
이 단순한 질문과 문장이 마음의 온도를 낮춰준다.
꾸준히 쌓인 글은 결국 나의 감정 지도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길러준다. 완벽하게 쓰지 않아도 괜찮다. 하루 10분의 글쓰기는 ‘잘 쓰는 글’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글’을 위한 시간이다.
글쓰기는 작가의 영역이 아니다. 그것은 누구나 스스로의 마음을 정리하기 위한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글을 쓰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의 내면과 대화를 나누고, 감정의 파도를 잔잔히 가라앉힌다.
하루 10분, 나에게 쓰는 글은 마음을 돌보고, 스스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작지만 강한 습관이다. 디지털 번아웃 시대, 진정한 힐링은 눈을 감는 것이 아니라 펜을 들어 마음을 여는 것에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