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은 오늘날 우리가 믿어온 능력주의(Meritocracy)의 공정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능력대로 보상받는 사회”라는 이상은 언뜻 정의롭게 들리지만, 실제 사회 구조 속에서는 불평등과 분열을 확대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음을 샌델은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 책은 성공과 실패의 이면을 통찰하며, 진정한 공정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능력주의의 신화와 그 그림자
능력주의는 표면적으로는 모두에게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제공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샌델은 그것이 “성공한 자의 자만”과 “실패한 자의 수치심”을 고착화하는 구조라고 말한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성취를 순전히 개인의 노력과 능력 덕분으로 믿게 되고, 실패한 사람은 사회 구조적 불평등보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탓한다.
이러한 심리적 구조는 사회적 연대를 약화시키며, ‘성공은 개인의 덕, 실패는 개인의 탓’이라는 냉혹한 논리를 강화한다. 그 결과, 계층 간 간극은 더 벌어지고 사회적 신뢰는 점점 붕괴된다.
교육과 경쟁의 함정
샌델은 교육을 능력주의의 핵심 전장으로 본다. “좋은 대학 → 좋은 직장 → 안정된 삶”이라는 공식이 공정한 기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버드를 비롯한 명문대의 입시 제도는 표면적으로는 능력 중심 평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부와 네트워크를 가진 소수에게 유리한 폐쇄적 구조로 작동한다.
즉, 교육 경쟁은 실질적인 능력보다 출발선의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능력주의가 약속한 “공정한 경쟁”은 점점 허상이 되어간다.
공정함을 넘어선 ‘연대의 정치’
샌델은 대안으로 ‘연대의 정치’(Politics of the Common Good)를 제시한다.
그는 사회가 개인의 성과만을 보상하는 체계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의 기여와 존엄을 인정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이지 않는 노동과 공동체적 헌신에도 정당한 존중과 대가가 주어져야 하며, 시장 성과만이 사회적 가치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공동체적 존재이다. 각자의 능력은 경쟁 속에서 고립적으로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과 연대를 통해 성장할 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결론 – 능력과 연대의 조화를 향하여
『공정하다는 착각』은 능력주의의 논리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명확히 드러낸다.
진정한 공정은 경쟁의 공정함이 아니라, 출발선의 평등과 실패자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해야 한다.
능력은 공동체 속에서, 타인과의 협력을 통해 발휘될 때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능력주의를 완전히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것이 연대와 상호 존중의 틀 안에서 작동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공정함”이라는 이름 아래 숨은 불평등을 넘어,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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