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명 논쟁: 과거의 영광 vs 현대의 정체성, 세계는 어떻게 반응할까?
내가 절친한 외국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차이나(China), 저팬(Japan), 코리아(Korea)라 칭하는 것을 듣고 그런 나라는 현재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너무도 깜짝 놀라면서 “오늘도 신문방송에서 차이나(China), 저팬(Japan), 코리아(Korea)라고 적고 말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자기 평생에 처음 듣는 이상한 말이라며 나를 정신병자를 쳐다보듯 묘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설명했다. 차이나(China)는 약 3,000년 전에 있었던 고대 중국의 진(秦, China)나라의 국명으로서 지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나라이고, 저팬(Japan)도 13세기 때 이탈리아의 마르코폴로가 “동방견문록”에서 “지팡구(황금의 나라)”라고 부른 데서 연유한 국명으로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나라이다. 당시 마르코폴로는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오직 중국을 방문했을 뿐인데 당시 중국 남부에서는 일본국을 현지 발음으로 “Jipong(지퐁)”이라 불렀는데 그 이름을 그대로 “동방견문록”을 쓸 때 자기네식 발음으로 바꾸어 “지팡구(Chipangu)”라 적었는데 그 발음이 영국식으로 바뀌어 “Japan”이 되었고 한다. 일본(日本)의 본토 발음은 “니혼(にほん, Nihon) 혹은 닛폰(にっぽん, Nippon)”이다.
코리아(Korea)도 약 600년 전에 있었던 고려(高麗, Korea)를 칭하는 국명으로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나라라고 설명하면서 현재 존재하는 나라의 국명은 “중국(Chung), 일본(Nippon), 대한민국(Daehan)”이라고 설명하자 그러면 왜 3천여 년 전, 700여 년 전, 600년 전에 없어진 나라를 지금 있는 나라라고 “유엔 회원국 명단”에 등록되어 있느냐고 반문했다.
우리 한국인들 중에는 실제로 유엔에 등록되어 있는 차이나(China), 저팬(Japan), 코리아(Korea)라는 국명에 한 번도 의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불과 3년 전인 2022년까지 “터키(Turky)”라고 불렀던 나라가 오늘 현재 “튀르키예(Türkiye)”라는 국명으로 바뀌었고, 1989년 6월까지 “버마(Burma)”라고 불렀던 나라가 오늘 현재 “미얀마(Myanmar)”로 바뀌었음은 물론 유엔의 회원국 명단에도 튀르키예(Türkiye)와 미얀마(Myanmar)로 바뀌어 등록되었다.
그러면 중국과 일본과 우리는 왜 국명을 바꾸지 않고 차이나(China), 저팬(Japan), 코리아(Korea)라는 국명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추정해 보면 차이나(China), 저팬(Japan), 코리아(Korea)라는 국명이 세계 어떤 나라보다 그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이고,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나라라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엉터리 국명에서 유래한 엉터리 단어는 지금도 많이 쓰이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영국의 국기가 “쌀 미(米)”자를 형상화해서 만들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고, 우리가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쌍말인 “씨팔놈”이라는 말은 임진왜란과 십자군 전쟁 당시 중앙아메리카의 카리브해(Caribbean Sea)를 누비던 백인 해적들이 모두 예수교를 믿었던 백인 스페인(Sipan, 씨판) 출신이었기 때문에 그 해적들을 “씨판놈”들이라고 욕했던 말이 세월이 흐르면서 갱음화 되어 “씨팔놈”이 되었고, 또 “매국노”라는 단어의 어원은 “미국(美國)의 흑인 노예(奴隸)”를 줄여 “미국노(美國奴)”라 했는데 그 말을 차용하여 나라를 팔아 노예가 되도록 만든 자를 “매국노(賣國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위의 설명에서 보듯 오늘 현재 없어진 나라를 현재 존재하고 있는 나라로 둔갑시켜 유엔 회원국 명단에 올리는 것이 정말 옳을까? 터키든 튀르키예든, 버마든 미얀마든 결국 같은 나라가 아니냐? 그렇게 같은 나라를 하나의 나라로 인식하는 한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천한 이름을 지어야 복받고 오래 산다고 하여 김개똥이라고 지었던 옛 이름을 시대가 변해 김계동이라고 바꾼 사람이 있다고 가정할 경우 우리는 당연히 바뀐 이름인 김계동이라고 불러주어야 할 것이고 본인도 그렇게 불러주길 원하지 않겠는가?
국명도 옛날 국명은 옛날의 사고방식과 위상을 반영했을 것이고, 현재의 국명은 현재의 사고방식과 위상을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대한(大韓)이라는 국명을 영어로 표현하면 “Great Han, 혹은 Great khan”이 될 것이다. 한(韓)은 징기스칸(成吉思汗)의 한(汗)과 우리 발음이 같으므로 설령 서양인들이 한(汗)으로 잘못 이해한다 할지라도 손해 볼 일이 전혀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유엔은 실존하는 국가의 국명을 회원국 국명으로 사용한다는 원칙을 법제화하면 어떨까? 만일 우리나라가 유엔총회에 이런 안건을 제출한다면 세계인들은 야유할까 박수칠까?
-손 영일 컬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