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3일은 대한민국의 국경일인 개천절이다. 많은 이들이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운 날로만 알고 있지만, 이 날의 기원은 훨씬 더 깊고 오래된 역사 속에 자리하고 있다. 하늘이 열린 날이라는 뜻을 가진 개천(開天)은 단순한 건국일을 넘어 민족의 근원을 되새기는 날이다.
정인보가 가사를 쓰고 김성태가 작곡한 개천절 노래는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고, 이 나라 한아버님은 단군이시니”라는 구절로 잘 알려져 있다. 초등학교 시절 불렀던 이 노래는 오늘날 거의 잊혀졌지만, 그 가사처럼 민족의 뿌리를 돌아보는 의미가 개천절에 담겨 있다. 미국이 독립기념일(7월 4일)을 성대하게 기념하듯, 우리 또한 개천절을 온 국민이 함께 경축하는 역사적 기념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개천의 의미는 ‘하늘이 열린다’이다. 고대 한민족은 하늘을 숭상하며 천손민족이라 불렸고, 하늘의 이치에 따라 삶을 영위하고자 했다. 세계적으로도 하늘이 열렸음을 국경일로 기리는 나라는 드물다. 이는 우리 민족의 독창성과 정신적 뿌리를 보여준다.
고대 사서에 따르면, 환웅천황은 3천 무리를 이끌고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 내려와 신시神市를 열고 새로운 문명을 시작했다. 『삼성기』에는 이를 “개천입교(開天立敎)”라 기록하며, 이는 곧 나라를 열고 가르침을 세운 행위로 풀이된다. 또 『태백일사』 「신시본기」에서는 “성인을 보내 세상을 다스리는 것”을 개천이라 정의했다. 이는 개천이 단순한 개국을 넘어 세상을 교화하는 의미까지 지녔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개천절은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운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본래의 역사적 맥락은 환웅천황이 신시에 도읍을 정하고 배달국(기원전 3897~기원전 2333)을 세운 것을 기리는 데 있다. 『환단고기』 「단군세기」에는 “개천 1565년 음력 10월 3일, 단군왕검께서 조선을 건국하셨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단군조선 건국이 이미 개천 이후 1565년이 지난 시점임을 보여주며, 개천의 주인공이 환웅임을 뚜렷하게 증명한다.
즉, 우리 민족의 첫 국가는 고조선이 아니라 배달국이었으며, 개천절은 환웅의 배달 건국을 기념하는 날이 본래의 의미에 가깝다. 단군은 개천의 연속선상에서 조선을 세웠고, 이는 민족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지만, 근본적으로 개천은 환웅의 역사적 사건이다.
일연 스님 또한 『삼국유사』에서 “옛적에 환국이 있었고, 환웅이 3천 무리를 이끌고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 내려와 신시를 열었다”고 기록했다. 이 기록은 개천이 단군 이전 환웅의 업적이었음을 명확히 증명한다. 따라서 개천절은 단군만을 기리는 날이 아니라, 환웅과 단군 모두를 통해 이어져온 민족의 기원을 되새기는 날로 이해해야 한다.
개천절은 단군조선 건국만을 의미하는 날이 아니라, 환웅천황이 신시를 열고 배달국을 세운 역사에서 비롯된 뿌리 깊은 기념일이다. 하늘을 열고 세상을 교화하며 새로운 문명을 시작했던 환웅의 개천 정신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뿌리로 작용한다. 개천절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성대하게 기념하는 것은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고, 미래 세대에 정체성과 뿌리 의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개천절은 하늘이 열린 날이자, 한민족이 태어난 기념일이다. 단군조선 이전의 배달국 건국까지 포함한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되새길 때, 우리는 비로소 개천절을 올바로 기념할 수 있다. 독립기념일처럼 온 국민이 함께 경축해야 할 진정한 국경일로서의 개천절은, 우리 민족의 뿌리를 지키고 미래를 밝혀주는 소중한 유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