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최진실 기자] 요즘 거리에서 마주치는 풍경에 가끔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어른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담배를 피우고, 인사를 건네기보다 자신의 길을 가는 젊은이들의 모습. ‘요즘 세대가 너무 자유분방 한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깊은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어쩌면 그들만의 예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이라고 생각 듭니다.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동네 어르신을 만나면 자연스레 먼저 인사하는 것이 당연한 풍경이었죠. 명절이면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음식을 만들고, 어른들의 옛이야기를 들으며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던 시절입니다. 대가족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아이들은 어른을 공경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배웠습니다. 이웃집 어르신의 따뜻한 칭찬 한마디는 아이들에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긍심을 심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우리는 각자의 섬이 되어 아파트라는 개인적인 공간에 머뭅니다. 같이 사는 동네 이웃의 얼굴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아이들은 어른들과 교류할 기회를 잃었습니다. 빠른 삶의 속도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부모들은 자녀의 성적에 더 집중하게 되었고, 예절이나 인성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기도 합니다. 아이들 역시 손안의 작은 화면 속 세상에 더 익숙해지면서, 타인의 감정을 직접 마주하고 헤아리는 경험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책임을 젊은 세대에게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요즘 애들은 다 그래’라는 말로 쉽게 단정 짓고, 그들의 행동을 비난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 어른들 역시 바쁘다는 핑계로 먼저 따뜻한 미소를 건네는 여유를 잃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잃어버린 것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예의가 아니라, 그 안에 담겨 있던 인간적인 교감과 따뜻한 마음입니다.
이제는 서로에게 손가락질 대신 손을 먼저 내밀어야 할 때입니다. 잃어버린 공동체 의식과 배려의 마음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해법은 단순히 ‘예절 교육’을 강화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잃어버린 인간적 교감을 회복하는 데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사회 전체가 타인과의 소통과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 더 큰 가치를 두어야 합니다.
먼저 미소 짓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먼저 인사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젊은 세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른이 먼저 따뜻한 미소를 건네고, 젊은이들은 그 미소에 화답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다시 자리 잡을 때, 잊혀졌던 예절은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입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예의’가 아니라, 그 안에 담겨 있던 서로를 향한 ‘마음’이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정감 넘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그 첫걸음은, 서로를 향한 따뜻한 관심과 이해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오늘, 당신은 먼저 따뜻한 미소를 건넬 용기가 있으신가요?
홍길식
·(사)한반도환경운동본부 서울시회장
·서울시체육회 운영위원
·서대문구의회 5선의원(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