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으면 외롭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에 일본의 지성 소노 아야코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에게 고독은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힘이었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고독은 피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삶을 균형 있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우리는 종종 ‘혼자 있음’을 패배나 소외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고독 속에서야 비로소 사람은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흔들림 없는 중심을 세운다.
군중의 환호 속에서도 자신을 잃을 수 있고, 반대로 아무도 없는 고요 속에서야 비로소 자기를 만날 수 있다.
고독은 회피가 아니라 자립을 위한 훈련장이자, 관계 속에서 휘둘리지 않게 해주는 심리적 근육이다.
소노 아야코는 “모든 관계에는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너무 가까우면 상대의 온기가 숨 막힘으로 바뀌고, 너무 멀면 온전한 이해에 닿지 못한다.
인간관계가 오래 지속되려면 이 간격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종종 사랑과 친밀함을 이유로 상대에게 지나치게 밀착한다.
그러나 무너진 경계 위에서 건강한 관계가 자랄 수는 없다.
오히려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볼 때, 우리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다.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정서적·심리적 거리도 필요하다.
숨 쉴 틈을 주는 거리가 곧 관계를 살리는 호흡이다.
특히 현대 사회처럼 연결의 강박이 일상화된 시대일수록, 관계의 적절한 거리감은 더 절실하다.
답장을 늦게 보냈다고 불안을 느끼는 시대에, 우리는 오히려 ‘즉각적인 반응’보다 ‘지속 가능한 간격’을 배워야 한다.
거리 두기는 이기적인 단절이 아니다.
오히려 나를 지키면서 동시에 타인을 존중하는 가장 세련된 방식이다.
내가 흔들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선은, 상대의 자유를 해치지 않기 위한 선과 겹친다.
결국 건강한 관계란 두 사람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그러나 외면하지도 않는 미묘한 균형 위에 세워진다.
소노 아야코가 강조한 것은 냉정한 차단이 아니라 따뜻한 절제다.
“내가 여기에 있고, 당신이 저기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며, 그 사이의 거리를 부정하기보다 오히려 그 간격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더 선명하게 바라보는 태도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존중할 수 있고, 고독과 관계가 서로의 적이 아니라 동반자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고독은 결핍이 아니라 힘이고, 거리는 단절이 아니라 존중이다.
혼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내적 힘을 기르고, 관계 속에서도 서로의 호흡을 지켜주는 간격을 마련할 때 우리는 비로소 ‘나를 잃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지금 내 삶에서 나는 어떤 관계에 지나치게 매달리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너무 멀리 떨어져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 사이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상대를 존중할 수 있는 거리를 찾는 일.
그것이 바로 성숙한 삶의 태도일 것이다.
본 칼럼은 기자 개인의 독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광고·협찬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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