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설과 웃음, 그리고 깨달음. 홀링 후드후드가 발견한 삶의 의미
셰익스피어와의 예상치 못한 만남
1960년대 후반 미국. 카밀로 중학교 7학년 홀링 후드후드는 자신이 불행의 주인공이라고 믿었다. 수요일 오후마다 반 친구들은 성당이나 유대교 회당으로 종교 수업을 들으러 떠나지만, 홀링만은 장로교라는 이유로 교실에 남아야 했다. 그와 단 둘이 남게 된 사람은,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베이커 선생님.
처음에는 교실 창문을 닦고 칠판 지우개를 털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던 홀링 앞에, 어느 날 베이커 선생님은 먼지가 쌓인 두꺼운 책 한 권을 내민다. 바로 셰익스피어. 홀링은 선생님이 자신을 괴롭히려는 속셈이라고 생각했지만, 곧 전혀 예상치 못한 세계에 빠져든다. 마녀와 괴물, 복수와 음모, 그리고 기발한 욕설이 가득한 셰익스피어의 언어는 홀링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붉은 역병이 너를 없애 버릴 거야!”라는 대사는, 철없는 소년의 삶 속에서 강력한 무기가 되고, 동시에 그를 세상의 넓은 무대로 이끌었다.
욕설 속에 담긴 사춘기의 유쾌한 성장통
홀링은 셰익스피어의 욕설을 흉내 내며 친구와 누나에게 장난을 치고, 때로는 자신을 괴롭히는 상황을 견디는 힘으로 삼았다. 하지만 그의 성장은 단순한 장난에서 끝나지 않았다. 욕설이라는 언어의 힘을 빌려 세상에 맞서는 법을 배우고, 웃음을 통해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을 익혔다.
이 과정에서 홀링은 자신이 미워한다고 믿었던 베이커 선생님과 조금씩 가까워졌다. 냉정하고 차갑게만 보이던 선생님의 표정에 처음으로 미소가 떠올랐을 때, 홀링은 깨달았다. 어른도 완벽하지 않고, 때로는 웃음을 통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수요일의 전쟁』은 바로 이 작은 웃음과 욕설이 한 소년의 성장통을 치유하는 힘으로 작용하는 순간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1960년대 미국 사회와 한 소년의 자아 찾기
홀링의 개인적 성장은 동시에 시대의 혼란 속에서 진행된다. 베트남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1960년대 미국 사회, 원자폭탄 대비 훈련이라는 불안한 일상, 자유와 평화를 외치는 히피 세대의 목소리가 소설의 배경을 이룬다. 홀링의 누나는 부모와 갈등하며 집을 떠나고, 그의 아버지는 돈과 명예만을 좇는 냉혹한 기업가로 그려진다.
이런 현실 속에서 홀링은 셰익스피어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얻는다. 아버지를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에 비유하며, 단순히 미워하기보다 그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려는 시선을 갖게 된다. “아빠도 다른 삶을 꿈꿔 본 적이 있을까?”라는 홀링의 질문은, 시대의 희생양으로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드러내며, 동시에 자신 역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음을 자각하게 만든다.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용기, 그리고 깨달음
홀링이 결국 배운 것은 단순히 셰익스피어의 대사나 욕설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는다. 베이커 선생님이 “의미 없는 훈련 대신 야외로 나가자”며 사과 주스를 깨뜨리고 학생들을 데리고 나간 순간, 홀링은 깨달았다. 지키는 것도, 파괴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며, 그 안에서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수요일의 전쟁』은 방대한 소재를 능숙하게 엮어내며, 한 소년이 성장하는 과정을 시대와 연결한다. 웃음과 욕설 속에 감춰진 깨달음은 결국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청소년 독자에게는 성장의 용기와 자기 선택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일반 성인 독자에게는 잊고 지낸 젊은 날의 고민과 열정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부모 세대에게는 자녀의 눈을 통해 다시 바라본 ‘어른의 삶’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수요일의 전쟁』은 세대를 넘어 누구나 자신만의 성장기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보편적 울림을 가진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