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최진실 기자] 이제 곧 추석 명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 해의 풍요로움을 기원하고 감사를 나누는 명절, 추석.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밤, 휘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추억의 한 페이지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추석 풍습 또한 조금씩 다른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과거의 추석은 공동체와 풍요를 나누던 시간이었습니다.
추석 때가 되면 온 마을이 떠들썩한 큰 잔치였습니다. 추수가 끝나가는 들판에는 황금빛 물결이 넘실거렸고, 동네 아이들은 볏가마니에 몸을 숨기며 술래잡기를 하곤 했습니다. 보름달이 뜨면 뒷동산에 올라 소원을 빌었고 마을 어른들은 강강술래를 하며 한해 농사의 풍요를 기원했고, 아이들은 그 옆에서 신나게 뛰어놀았습니다. 햅쌀로 빚은 쫄깃한 송편은 옆집, 앞집 할 것 없이 서로 나누며 정을 돈독히 했고, 마을 광장에서는 씨름판이 벌어져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분주했던 곳은 바로 어머니들의 부엌이었습니다.
햅쌀로 밥을 짓고, 갓 수확한 밤과 대추로 차례 상을 올렸습니다. 온 식구가 둘러앉아 밤늦도록 송편을 빚던 시간, 동그랗게 빚은 송편 위로 가족의 웃음소리가 소복이 쌓였습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를 하던 아버지들의 뒷모습은 그 자체로 깊은 효심을 보여주는 그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추석은 그런 추억들은 언제부터인지 사라지고 개인화되어 가족 위주로 조금은 고요한 풍경입니다. 온 동네가 북적이기보다는 각자의 집에서 가족 단위로 여행을 가면서 명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모처럼 모든 친척들이 모여서 차례를 모시고 서로 둘러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기보다, 각자의 집에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TV를 시청하는 모습이 이젠 익숙해졌습니다. 손수 송편을 빚는 정성 대신, 마트에서 진열된 예쁜 송편을 고르고, 차례 상도 간소화된 밀키트로 준비하는 가정이 늘었습니다. 심지어는 여행을 가서 차례를 간단하게 차례를 모시기도 합니다. 또한 성묘는커녕 벌초도 더 이상 힘들게 땀 흘릴 필요 없이, 벌초 대행 서비스전문가의 손길에 맡기곤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추석의 의미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고향을 찾는 발길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명절 연휴 기간 동안 교통 체증을 감수하면서까지 가족을 만나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명절 선물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 또한 변함없습니다. 과거의 '정'을 담았던 곡식 대신 백화점 상품권이나 현금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풍경은 달라졌지만,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면서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은 변함없습니다. 과거의 정겨움 대신, 편안함과 효율성을 택한 것일 뿐,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여전히 따뜻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추석이 공동체의 화합을 강조했다면, 현재의 추석은 개인과 가족의 편의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가치가 반드시 상충하는 것은 아닙니다. 명절의 본질적인 의미인 '가족의 사랑과 감사'는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풍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대 사회에 맞게 명절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추석은 단순히 쉬는 날이 아니라, 한 해의 노고를 위로하고 가족과 함께 마음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과거의 풍습을 되새기며 그 안에 담긴 공동체 의식을 배우고, 현재의 편리함을 활용하여 더욱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들어나간다면, 우리의 추석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풍요롭고 따뜻한 명절로 남을 것입니다
추석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 잊고 지냈던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껴보도록 노력하는 건 어떨까요?
따뜻한 마음이 가득한 풍성한 추석이 되기를 바랍니다.
홍길식
·(사)한반도환경운동본부 서울시회장
·한국자유총연맹 자문위원
·서울시체육회 운영위원
·서대문구의회 5선의원(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