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이자 건반 연주자인 조훈이 선보인 프로젝트 ‘제3의 공간(The Third Space)’이 지난 9월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무대는 한국적 정서와 동시대적 감각, 그리고 동서양의 음악적 이질성이 경계에서 만나 탄생하는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탐구하며 총 여섯 곡의 신작을 전곡 초연으로 선보였다.
공연은 ‘계단실(Stairwell/Stairwall)’, ‘연기된 시간성(Time-lag)’, ‘경계인(Marginal Man)’, ‘몽유도원도(Dream Journey to the Peach Blossom Land)’, ‘결(Grain)’, ‘이끼(Lichen)’로 구성됐다.
전자음악가 박세찬, 피리·생황 연주자 이나연, 해금 연주자 고수정, 타악기 연주자 김태현, 베이시스트 Bruce Kang이 함께하며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다층적 사운드를 구현했다. 아트플랫폼 유연의 박진형 PD가 프로듀서로 참여해 이질적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는 무대를 완성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문화이론가 호미 바바(Homi K. Bhabha)가 제시한 ‘제3의 공간’ 개념에서 출발했다. 서로 다른 문화가 경계에서 만나 각자의 고유성을 유지한 채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과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이론을 음악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공연은 불안과 긴장,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창조적 순간을 청중에게 제시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조훈은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동시대 창작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고유성과 외부성이 단순히 융합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독자성을 유지한 채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할 수 있다”라며 앞으로도 이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관객들은 “K-컬처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 무대였다”, “여섯 곡이 하나의 서사처럼 이어져 깊은 몰입을 이끌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공연은 서울문화재단 2025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추후 영상과 음원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조훈은 서울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한 뒤 버클리음악대학교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뉴잉글랜드음악원에서 재즈학 석사를 수학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재즈와 인도 음악의 융합’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수석으로 취득했다.
제20회 동아국악콩쿠르 작곡 부문 금상 수상을 비롯해 다수의 창작음악 발표회와 국내외 공연에서 작곡과 연주를 병행해왔다.
또한 대중음악, OTT 콘텐츠, 상업영화 등 다양한 문화 영역에서 작곡가·연주자·기획자·음악감독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