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직장인 A씨(41)는 최근 매일 새벽 3시면 눈을 뜬다. 다시 잠들지 못해 하루 종일 피곤하고 업무 집중력도 떨어진다. 흔히 이런 불면을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지만, 전문가들은 “갱년기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여성의 갱년기: 누구나 겪는 생리적 전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여성은 평균 45~55세 사이, 대체로 51세 전후에 폐경을 경험한다. 이는 난소 기능이 멈추면서 월경이 1년 이상 사라진 상태를 의미한다.
여성은 예외 없이 폐경을 겪는다. 이는 불가피한 생물학적 과정이다.
다만 증상의 강도는 개인차가 크다. 어떤 이는 불면, 발한, 기분 변화를 심하게 겪지만, 거의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난소 제거 수술, 항암·방사선 치료로 인해 조기 폐경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즉, 여성에게 폐경은 필연이지만 ‘갱년기 증상’을 얼마나 체감하느냐는 개인별로 다르다.
남성의 ‘갱년기’?—안드로페이즈, 일부에게만 나타난다
남성의 경우 상황은 다르다. 여성처럼 갑작스러운 호르몬 단절은 없고,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나이를 먹으면서 연간 약 1%씩 서서히 감소한다.
의학적 연구에 따르면, 40~70세 남성 중 약 10~25%에서만 실제로 혈중 테스토스테론이 임상적으로 낮게 측정된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증상을 겪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피로, 성욕 저하, 우울감, 불면을 호소하지만, 다수는 뚜렷한 불편 없이 지낸다.
또한 테스토스테론은 하루 중에도 변동이 크고, 비만·음주·수면 부족 같은 생활 습관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단순 혈액검사 수치만으로 ‘남성 갱년기’를 단정하기 어렵다.
의학계는 이 때문에 ‘남성 갱년기(male menopause)’라는 용어 대신 ‘후기 발현 저(低)테스토스테론증(Late-onset Hypogonadism)’이라는 정확한 표현을 권장한다. 이는 여성 폐경처럼 보편적·필연적 현상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수면장애, 공통적인 경고 신호
서울아산병원 수면의학센터 김성훈 교수는 “호르몬 변화가 뇌의 수면 조절 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성은 폐경기, 남성은 일부에서 불면이 동반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반복된다면 갱년기를 의심해볼 수 있다.
잠들기까지 30분 이상 걸린다
새벽 2~4시에 자주 깨고 다시 잠들지 못한다
충분히 잤는데도 몸이 무겁다
자면서 땀을 많이 흘린다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고 기분이 쉽게 변한다
불면증 환자 통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불면증 진료 환자 가운데 40~59세가 전체의 43%를 차지했다. 이 중 남성 비율도 37%에 달해, 수면장애가 특정 성별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관리와 대응 방법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관리법은 다음과 같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 –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기
전자기기 절제 – 취침 전 블루라이트 줄이기
유산소 운동 – 하루 30분 걷기 등 꾸준히 실천
전문 진료 상담 – 여성은 산부인과, 남성은 내분비내과 진료 가능
호르몬 검사 및 치료 – 증상이 심할 경우 혈액 검사 후 필요 시 보충 치료 고려

48세 B씨는 갱년기로 산부인과 상담을 받던 중 남편도 불면과 예민함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됐다. 부부가 함께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수면 루틴을 정비한 후 두 사람 모두 수면 질이 개선됐다.
성별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여성은 누구나 폐경을 겪는다. 다만 증상 체감 정도는 다르다.
남성은 일부에서만 호르몬 저하 증상이 나타나며, ‘갱년기’라는 용어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공통적으로 수면장애는 중요한 경고 신호이므로, 단순 스트레스 탓으로 넘기지 말고 전문가 상담을 통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갱년기는 여성에게는 피할 수 없는 생물학적 전환이고, 남성에게는 일부에서만 나타나는 호르몬 저하다. 불면이나 피로 같은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생활습관 관리와 전문 상담을 병행한다면 삶의 질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