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세상을 배우다” 위례신도시 ‘세계동화 작은도서관 & GT리그영어’ 정소영 대표의 교육 철학

책을 매개로 아이·부모·교사가 함께 배우는 열린 공간

▲ 성남 위례신도시 ‘세계동화 작은도서관 & GT리그영어’ 정소영 대표

 

성남 위례신도시에 있는 ‘세계동화 작은도서관 & GT리그영어’을 찾았다. 문을 열자 아이들이 책을 들고 와서 서로 읽은 부분을 이야기하며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책장 사이사이에는 손때 묻은 동화책과 영어 원서들이 꽂혀 있고, 한쪽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신문과 글들이 전시돼 있다.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공간은 아니다. 이곳은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부모와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살아 있는 배움터’다. 이 모든 변화를 이끌어온 사람은 정소영 대표다.

 

▲ 사진 = 세계동화 작은도서관 & GT리그영어

 

정 대표는 책과 함께 자란 사람이다. “어릴 때 저는 책만 있으면 하루 종일 시간이 금방 갔어요.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을 보면서 세상을 배웠던 것 같아요. 궁금한 게 있으면 책에서 답을 찾았고요. 책이 제 선생님이었죠.”

 

대학 시절에는 언어와 교육에 관심이 깊어져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언어학 석사를 공부하면서 언어가 가진 힘을 새삼 느꼈다. “언어가 단순히 시험 과목이 아니라 사람을 바꾸는 도구라는 걸 알게 됐어요. 언어를 배우면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이 달라지고,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뀌거든요. 그게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 사진 = 세계동화 작은도서관 & GT리그영어

 

귀국 후 여러 영어 교육기관에서 다양한 아이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정 대표는 늘 같은 고민에 부딪혔다. ‘점수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즐기며 배우는 교육은 없을까?’ 그러다 결국 자신만의 철학을 담을 공간을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시작된 곳이 바로 ‘세계동화 작은도서관’과 ‘GT리그영어’이다.

 

▲ 사진 = 세계동화 작은도서관 & GT리그영어

 

GT리그영어의 이름에는 정 대표의 교육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GT는 Gifted & Talented, 즉 ‘모든 아이들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한 분야에서는 영재예요. 어떤 아이는 책을 잘 읽고, 어떤 아이는 그림을 잘 그리고, 또 어떤 아이는 친구를 잘 웃게 만들죠. 저희는 그 재능이 다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서로 배우고 도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리그 같은 교육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 철학은 도서관 운영 방식에도 반영됐다. 아이들이 단순히 책을 빌려 가는 데 그치지 않고, 읽은 내용을 글로 쓰거나 서로 발표하며 공유한다. 때로는 친구들과 토론을 하기도 한다. 정 대표는 “책을 읽는 건 시작일 뿐, 아이들이 책을 매개로 서로 생각을 나누고 성장하는 게 진짜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 위례 어린이 기자단 수료식

 

세계동화 작은도서관이 위례신도시에 자리 잡은 건 2017년 무렵이다. 당시 위례는 이제 막 사람들이 이주하기 시작한 신도시였고, 아이들을 위한 문화 공간이 거의 없었다. 정 대표는 ‘아이들이 직접 이 마을을 기록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로 ‘위례어린이기자단’을 꾸렸다.

 

▲ 사진 = 세계동화 작은도서관 & GT리그영어

 

아이들은 학교 교장선생님, 성남시장, 국회의원, 위례동 동장, 동화작가 등을 직접 인터뷰했다. 또 아파트 단지의 나무 지도를 만들고, 마을 도서관을 탐방하고, 마을 문화 공간을 기획하며, 마을 방송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외부 활동도 펼쳤다. 기자단 활동은 매 기수마다 책으로 엮여 출판됐고, 7년째 이어지며 지역의 소중한 기록이 됐다.

 

▲ 사진 = 세계동화 작은도서관 & GT리그영어

 

“아이들이 자기 손으로 만든 책을 받아 들고는 정말 뿌듯해했어요. 지역 주민들도 아이들이 쓴 글을 보면서 놀라워했고요. 이런 경험이 아이들에게는 엄청난 자신감으로 남습니다.”

이 기자단 활동은 단순한 글쓰기 훈련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아이들이 지역 주민들을 직접 만나고 기록하면서 ‘우리가 사는 동네’에 대해 애정을 갖게 돼요. 그리고 어른들도 아이들을 보면서 마을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요.”

 

▲ 위례 어린이 기자단 기수마다 활동을 담은 책

 

정 대표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아이들이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때다. “영어 원서를 읽다 보면 아이들이 처음에는 힘들어하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 좋아하는 작가나 장르를 찾아요. 그때부터는 저보다 더 빨리 책을 찾아 읽고, 친구랑 경쟁하듯 먼저 빌려가려고 해요. 그 모습을 볼 때 참 뿌듯합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다. “한 아이가 저에게 와서 전하더라고요. ‘우리 엄마가 책 주인공 할아버지처럼 살고 싶대요!..’ 부모와 아이가 그 책을 매개로 삶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거죠. 책 한 권이 가족의 대화와 관계까지 바꾸는 걸 보면서, 교육이란 게 결국 이런 거구나 싶었죠.”

 

▲ 과학 실험으로 배우는 영어 교사교육 세미나 (사진 = 세계동화 작은도서관 & GT리그영어)

 

현재 정 대표는 학생 교육에만 머물지 않고 교사와 학부모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많은 영어 교사분들이 고민하세요. 아이들과 갈등을 줄이고, 더 즐겁게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찾으시죠. 그래서 교사 연수나 부모 대상 강의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 과정을 책으로 정리 중이다. “제가 현장에서 겪은 경험들을 나누면, 교사나 부모님들이 ‘아, 이렇게 해볼 수도 있구나’ 하고 용기를 얻으세요. 결국 교육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거니까요.”

 

▲ 사진 = 세계동화 작은도서관 & GT리그영어

 

정 대표의 꿈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예전에 우연히 라오스를 여행하면서 자원봉사자로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어 수업을 한 적이 있어요. 그 곳의 아이들도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정말 대단했었거든요. 그 기억이 자꾸 아른거려서 언젠가는 그곳에 작은 도서관을 지어서 아이들과 책과 지식을 나누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정 대표는 한국 영어 교육 현실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지금은 영어교육이 너무 ‘점수 중심’이에요. ‘맞다 틀리다’로만 평가받게 되고, 아이들은 결과에 대해 불안해하면서 공부를 하죠. 그런데 언어는 절대로 그런 게 아니에요. 언어는 세상을 보는 창이고, 감동을 나누는 매개여야 하죠. 교육은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 정소영 대표

 

그는 부모들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AI가 교육의 판도를 바꾸고 있어요. 그래서 더 중요한 건 아이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이 궁금한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분명히 알고 표현할 줄 아는 것입니다. 원하는 것을 아는 것과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 이 두 가지가 AI 시대의 핵심 역량이에요. 부모가 그 마음을 들어주고 존중해 주는 게 교육의 시작입니다.”

  

정소영 대표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 기자는 이곳이 단순한 영어 학습 공간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책을 매개로 아이들이 세상을 배우고, 부모와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이 작은 도서관은 앞으로도 위례 지역을 대표하는 교육·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국경을 넘어 라오스에까지 그녀의 꿈이 닿을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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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9.10 17:18 수정 2025.09.1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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