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나를 다정히 들여다 보는 과정”… 고양시 향동동, 성인취미미술화실 '루즈낫' 박세영 작가

음악과 영화, 취향을 공유하며 치유와 교감을 나누는 화실

고양시 향동동 한적한 주택가를 걷다 보면, 문득 도심 속 작은 오아시스 같은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나비와 고양이가 오가는 정겨운 풍경 속에 자리한 성인 취미 미술 화실 ‘루즈낫(Loose Knot)’. 이름 그대로 느슨한 매듭처럼,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긴장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이다. 기자는 최근 성인 취미 미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흐름 속에서, 단순한 교육 공간을 넘어 ‘예술과 취향을 공유하는 문화 아뜰리에’를 표방하고 있는 루즈낫을 찾았다. 그곳에서 박세영 작가를 만나 그녀의 철학과 이야기를 들어봤다.

 

▲ 고양시 향동동 성인취미미술화실 '루즈낫'

 

박세영 작가는 화실을 이렇게 소개했다. “여기는 성인분들을 대상으로 미술 수업을 하고 있는 아뜰리에예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형화된 학원이라기보다, 사람들이 취향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루즈낫에서는 유화 작업을 기본으로 오일 파스텔, 수채화, 아크릴, 팬드로잉 등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선택해 작업할 수 있다. 그는 처음 방문하는 이들에게 여러 재료를 권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표현 방식을 찾아가도록 안내한다.

 

▲ 사진 = 루즈낫

 

박 원장이 공간을 꾸릴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정서적 유대감’이다. 음악과 영화, 미술이라는 취향을 함께 공유하면서 단순한 수업을 넘어 교감이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작업실에서 1대1로 수업을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채워진 저의 사적인 방에 누군가를 초대한다는 느낌으로 시작했는데, 그렇게 한 분 두 분 모이다 보니 지금처럼 화실이 운영되게 됐죠. 음악도 좋아해서 늘 LP나 저장해둔 플레이리스트를 함께 듣고, 그림 얘기뿐만 아니라 영화, 책, 음악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는 게 좋아요.”

 

▲ 사진 = 루즈낫

 

박세영 원장의 이력도 독특하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입시미술을 해오면서 정해진 틀 안에서의 미술교육이 자신을 표현하기에 늘 한계가 있었다고 말한다. 대학 졸업 후 그녀는 익숙한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도전하기 위해 영화 미술 분야에서도 활동했다. “영화 미술은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 방이나 전체적인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이에요. 눈에 보이는 장면의 배경을 전부 세팅하는 거죠. 제가 한 일은 팀원으로써 아주 작은 부분이었지만 좋아하는 영화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에요. 하지만 여러해를 보내면서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저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사진 = 루즈낫

 

이후 그녀는 서양화 전공을 다시 살려, 자신의 화실에 사람들을 모아 소소하게 그림과 음악, 영화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수업을 시작했다. “뻔한 미술학원이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거리들이 쏟아지는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실제로 이곳을 찾는 이들은 박 원장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는 작품뿐 아니라 음악, 영화, 책, 일상 등 자신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업로드한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같은 공감대를 가진 이들이 모여 ‘가족 같은 화실’이 되었다.

 

▲ 사진 = 루즈낫

 

화실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을 아는 것’이다. “예술 활동의 첫걸음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저에대해 모르는 것들이 아직도 많아서 항상 공부하고 있어요. 아마도 이건 평생숙제인것 같아요. 내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무엇이 서툰지, 사소한 것까지 알아야 나의 생각들을 밖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업에서는 요즘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내가 어떤걸 하고 싶은지 여러가지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눠요.”

 

▲ 사진 = 루즈낫

 

루즈낫의 가장 큰 매력은 ‘힐링 공간’으로서의 성격이다. 향동동으로 이전하면서 주변 자연과 어우러진 환경은 수강생들에게 큰 위안이 되고 있다. “많은 분들이 문 열고 들어오면 다른 세상에 온 듯 마음이 환기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마치 ‘도시 속의 시골’ 같다고들 하시는데 그림을 그리다가도 고양이가 지나가거나 나비가 날아오면 다들 붓을 내려놓고 감탄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요.,.” 음악 신청곡을 받아 바로 틀어주고, 함께 노을을 감상하는 일상도 화실의 특별한 풍경이다.

 

▲ 사진 = 루즈낫

 

교육 철학에 대해서도 박 원장은 분명했다. “많은 분들이 처음부터 멋진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세요. 하지만 저는 목적을 가지지 말라고 해요. 먼저 내가 좋아하는 색,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늘 메모하고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시라고 말씀드려요. 그림은 결국 자기 자신을 공부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 사진 = 루즈낫

 

그녀는 화실 운영 중 만난 수강생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 수강생분이 본인은 극내향인에다가 생각도 너무 많고 감수성이 예민해서 사회에서 나만 조금 독특하고 이방인같다고 느껴질 때가 많은데, 여기 와보니 정작 선생님이 더 이상하고 다른 분들도 독특해서 아 내가 보통의 사람이구나 느꼈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저희끼리는 엉뚱한 상상도 많이 하고 별것아닌 걱정도 서로 나누는데, 그런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위안이 됐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함께하는 순간이 너무 감사하다고 여기가 안식처가 됐다’는 말이 계속 기억에 남아요.” 루즈낫은 그만큼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위로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다.

 

▲ 사진 = 루즈낫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녀는 “작가 활동은 늦게 시작했지만, 작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어 가족들과 소중한 사람들만 소수로 초대해서 같이 즐기고 싶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자신이 사업가가 아니라서 거창한 계획보다는 앞으로 수강생들과 단순한 수업공간이 아닌 함께 산책하고 자연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야외수업이나 농장 체험, 봉사활동 등 공동체적이고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미 등산과 야외 수업도 진행한 바 있다.. 화실의 일상과 활동을 기록해 유튜브 채널에도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아직 구독자가 많진 않지만, 수강생들이 우리의 스토리들이 언제 올라오냐고 항상 기다리세요. 우리의 기록이자 비밀 일기장 같은 채널이에요.”

 

▲ 사진 = 루즈낫

 

마지막으로 박 원장은 독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많은 분들이 ‘나는 그림을 한 번도 못 그려봤는데 가도 될까요?’라고 물으세요. 저는 겁내지 말고 일단 와보시라고 말씀드려요. 두려워 하지말고 망설이지 말고 용기 내어 한 걸음만 내딛으면, 그 곳에서 생각보다 훨씬 큰 즐거움과 위안을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기자는 인터뷰를 마치며 루즈낫이 단순한 화실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따뜻한 공간임을 느꼈다. 이곳은 앞으로도 그림을 매개로 한 작은 공동체로서 더욱 밝은 미래를 펼쳐갈 것으로 보인다. ‘느슨하지만 단단한 매듭’처럼, 박세영 원장과 루즈낫은 많은 이들의 삶에 오래도록 잔잔한 울림을 남길 것이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looseknot

유튜브 https://www.youtube.com/@looseknot301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_looseknot 

작성 2025.09.06 22:32 수정 2025.09.06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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