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염은 치료할 수 있지만, 내성은 막기 어렵다.”
현대 의학은 항생제의 발명으로 수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이제는 그 항생제마저 무력화하는 **슈퍼버그(superbug)**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을 “인류 보건에 대한 최대 위협 중 하나”로 규정했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 치료의 핵심 무기다. 그러나 무분별한 사용과 남용으로 세균이 진화를 거듭하며 항생제 효과를 피하는 내성을 획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에 간단히 치료되던 폐렴, 요로감염, 패혈증 등이 치명적 질환으로 변모하고 있다.
WHO 추산에 따르면 매년 약 120만 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 감염으로 사망한다. 2050년에는 이 수치가 연간 1천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대표적 슈퍼버그로는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VRE(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 등이 있다.
특히 CRE는 “죽음의 세균”이라 불릴 정도로 내성이 강력해 미국과 유럽에서 주요 감염병 관리 대상이 되었다. 한국 역시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CRE 감염 사례가 늘고 있어 보건 당국이 경계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항생제 사용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도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축산업에서 가축 성장 촉진을 위해 항생제를 대량 사용하면서, 내성균이 음식과 환경을 통해 인체로 유입되는 문제도 심각하다.
의학계는 내성균 확산을 막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튜어드십 프로그램: 항생제 사용을 엄격히 관리해 불필요한 처방을 줄이는 제도
신항생제 개발: 기존과 다른 작용 기전을 가진 차세대 항생제 연구
박테리오파지 치료: 특정 세균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바이러스 활용 치료법
백신 개발: 예방을 통해 감염 자체를 줄이는 전략
한국도 보건당국 차원에서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고, 병원 내 감염 관리 지침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이 교수는 “항생제 내성은 코로나19보다 더 장기적이고 위협적인 팬데믹”이라며 “국민의 인식 변화와 국가적 관리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HO 역시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인류는 항생제 이전 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