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내일 - "전쟁은 끝나도 상처는 남는다" – 아이들의 일기로 본 100년의 전쟁사

 

 

 

"전쟁은 끝나도 상처는 남는다" – 아이들의 일기로 본 100년의 전쟁사

 

 

총성이 멈추면 평화가 올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전쟁은 물러갔어도, 그 흔적은 사람들의 일상과 마음속에 깊이 남았다. 특히 그 상처는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들’에게 더 깊고 오래 남는다. 『빼앗긴 내일』은 1차 세계대전부터 이라크 전쟁까지, 무려 100년에 걸친 전쟁 속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의 일기를 한데 모은 기록이다. 8명의 아이들이 남긴 글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다. 그것은 한 세기를 통과한 전쟁의 인간적 기록이며, 우리가 다시는 잊어서는 안 될 ‘살아 있는 역사’다. 이 책은 전쟁을 교과서나 뉴스가 아닌, 아이들의 눈으로 보게 만든다.

 

 아이들의 일기장이 말해주는 전쟁의 참상

 

전쟁은 언제나 “나라를 위한 일”이라 불린다. 그러나 전쟁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의 실체는 아이들의 일기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소녀 피테는 가족을 잃은 이웃을 함께 울었고, 적군의 묘지에 꽃을 바치며 사람의 죽음을 애도했다. 유대인 소녀 클라라는 지하실에서 울음을 참아야 했고, 보스니아의 즐라타는 피아노와 테니스를 배우던 일상을 순식간에 잃었다.

그들의 일기장은 교과서보다 더 정직하고 냉정하다. 누군가는 피난처에서, 누군가는 수용소에서, 또 누군가는 점령당한 거리에서 연필을 들었다. 총성과 포화 속에서도 아이들은 자신이 겪은 일들을 꾸준히 써 내려갔다. 그 일기는 절망의 증언이자, 인간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버팀목이었다.

 

 국적과 세기를 넘어 반복되는 고통의 기록

 

1914년의 독일, 1940년대의 폴란드, 1960년대 베트남, 1990년대 보스니아, 그리고 2000년대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시대도, 국적도, 문화도 다르지만 아이들의 고통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가족과의 이별, 안전에 대한 불안, 학교와 친구를 잃은 삶, 그리고 무엇보다 ‘내일’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감정이 공통되게 나타난다.

이스라엘 소녀 시란은 반복되는 테러에 일상적 공포를 겪었고, 팔레스타인의 메리는 검문소 앞에서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호다는 바그다드 거리에서 이유 없이 죽어간 이웃들을 바라보며, “우리 얼굴에서 눈물 자국이 사라질 날이 올까?”라고 묻는다. 이들은 서로 적국에 속해 있었지만, 그들의 일기는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전쟁이 끝나면, 정말 평화가 오는 걸까?”

 

 총성 속에서도 이어진 삶, 그리고 연대

 

절망 속에서도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음악을 듣고, 아이를 가르친다. 수용소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선생님, 숨어 지내면서도 일기를 썼던 아이들, 전쟁 중 음악회를 열었던 사람들. 이 책에 담긴 전쟁 일기에는 그런 삶의 조각들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싱가포르에서 일본군 수용소에 갇혔던 실라는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열고 환자를 돌보았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에드는 전쟁이 인간을 어떻게 변하게 만드는지, 동료의 죽음 앞에서 어떤 무기력감을 느끼는지를 솔직히 고백한다. 전쟁은 삶을 파괴하지만, 사람들은 그 속에서도 자신만의 인간성을 지켜낸다. 그리고 아이들의 일기장은 그 생존의 흔적이다.

 

 전쟁을 기록하는 글쓰기의 힘과 의미

 

이 책의 핵심은 기록이다. 아이들은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한 기억의 저장이 아니라, 자신이 존재한다는 증명이었다. 말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글로 말했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 속에서 누군가가 읽어줄 것이라 믿었다.

엮은이인 즐라타 필리포빅 자신도 전쟁 중에 일기를 썼던 아이였다. 그는 말한다. “연필을 쥐는 것이 저항이었다.” 아이들의 일기는 전쟁의 불합리함을 세상에 알리는 수단이었고, 또한 자신이 계속해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는 도구였다. 글쓰기는 그들에게 남겨진 마지막 자유였으며, 유일한 무기였다.

 

『빼앗긴 내일』은 단지 전쟁에 대한 책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책이고, 기억에 대한 책이며, 연대에 대한 책이다. 특히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전쟁은 절대 게임도, 뉴스도, 다른 나라 얘기도 아니다.”

이 책은 전쟁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경고장’이다. 잿더미 위에서도 삶을 기록했던 아이들의 용기가 지금의 우리에게 평화의 책임을 묻고 있다. 전쟁은 끝났을지 몰라도, 그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상처를 기억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5.09.04 08:49 수정 2025.09.0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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