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뉘칼럼] 아들이라서 강하게? 딸이라서 다정하게? — 그림책과 말투로 배우는 성역할 편견

양육자 언어습관에서 시작되는 젠더 코드, 영아기부터 각인된다

그림책 속 '엄마는 집, 아빠는 직장'... 무의식의 고정관념 형성 루틴

성별 아닌 취향 중심의 선택지, 영아기 평등 교육의 시작점

(출처: 챗GPT로 구현한 이미지)

양육 태도의 차이가 만드는 첫 인식

 

최근 온라인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았다. 하교길에 태권도 학원에서 저학년 아이들을 줄 세워 데리고 가는데, 남자 선생님이 남자아이들에게는 “똑바로 서! 앞을 봐!” 하고 세게 말하고, 여자아이들에게는 “줄 바로 서세요. 앞사람 잘 따라오세요.” 하고 차분히 말하는데, 아들을 키우는 지인도 “남자아이들은 저래야 듣는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아들이냐 딸이냐에 따라 양육자의 태도와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투와 태도를 그대로 흡수한다. 남아와 여아를 대하는 말투의 차이는 곧 문화가 된다. 영아는 사랑을 받으며 자라지만, 동시에 성별에 따라 다른 메시지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림책과 미디어 속에 새겨진 성별의 틀

 

가정에서 비롯된 차이는 그림책과 미디어 속에서 반복된다. 그림책 속 아빠는 일터로 향하고, 엄마는 집에서 가족을 돌본다. 공주와 기사는 늘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며, 영웅은 남자이고 도움을 받는 이는 여자다. 미디어 역시 비슷하다. 어린이 만화와 영상 콘텐츠 속 캐릭터들은 성별에 따라 외모와 성격이 구분되어 있다.

 

이런 이미지는 영아가 세상을 이해하는 첫 교과서가 된다. 반복되는 장면 속에서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이 자연스럽게 각인될 수 있다.

 

 

영아의 선택과 사회가 강요하는 경계

 

현장에서 보면 영아의 선택은 생각보다 훨씬 자유롭다. 만 1세나 만 2세 영아 중에는 분홍을 좋아하는 남아도 있고, 파랑을 좋아하는 여아도 많다. 하지만 가정이나 사회는 여전히 ‘남아니까 파랑, 여아니까 분홍’이라는 규범을 강요하고, 선물조차 성별에 따라 다르게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도 영아는 어른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에 현재 문화는 쉽게 답습된다.

 

이런 현상을 지적하는 보고서도 있다. 서울YWCA가 발표한 ‘2022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 분석 보고서’는, 아동기에 성차별적 메시지가 담긴 콘텐츠에 노출될 경우 왜곡된 젠더 인식이 형성되기 쉽다고 지적한다. 특히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성별 고정관념이 반복되는 문제는 성인 대상 프로그램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유튜브 어린이 영상 콘텐츠와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성차별적 메시지가 영아에게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온라인언론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바 있다.

 

 

고정관념을 넘어 다양한 선택지를 보여주자

 

결국 중요한 건 영아에게 얼마나 많은 선택지를 보여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성별에 따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모습과 역할을 접하게 해준다면 영아는 고정관념에 덜 얽매이게 된다. 그림책 속 아빠도 집안일을 할 수 있고, 공주가 용을 무찌를 수도 있다. 선물은 성별이 아니라 아이의 관심사에 따라 고르면 된다.

 

영아가 처음 배우는 성역할은 가정과 그림책, 그리고 미디어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조금만 다르게 보여주고, 조금만 다른 태도를 취한다면 영아의 세계는 훨씬 넓어질 수 있다. 자신이 그렇게 자라왔더라도, 자녀를 양육할 때 기존의 성별 굴레를 답습할 것인가, 아니면 다양한 길을 열어줄 것인가는 결국 어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작성 2025.08.28 23:19 수정 2025.08.2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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