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구 신창동 ‘윌링영어’ 김숙희 원장 - ‘시험을 넘어, 삶으로 연결되는 영어’

원서로 문해력을 세우고, ‘영어 정서’를 지키는 작은 연구소

광주 광산구 신창동에서 교과서와 문제집 대신 그림책과 아동문학, 논픽션 원서가 빼곡히 선 그 공간이 바로 ‘윌링영어’. 김숙희 원장은 이곳을 “작은 연구소”라 부른다. 정해진 매뉴얼과 기성 교재를 ‘유통’하기보다는, 매 시간 아이들의 반응을 관찰하고 콘텐츠를 바꾸며 수업을 다시 설계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 윌링영어 김숙희 원장  © 윌링영어


“영어는 점수를 위한 과목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언어예요. 아이들이 영어를 통해 소통의 기쁨을 느끼고 스스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살아나도록 돕고 싶습니다.”

 

김 원장의 출발점은 평범했다. “예전엔 저도 입시 학원에서 문제 풀이 중심 수업을 했어요.” 하지만 20대에 경험한 교환학생 생활과 해외 근무는 그에게 영어의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협업과 보고, 실무 조율의 현장 한복판에서 영어는 점수가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 내는 도구였다.

 

▲ 사진  © 윌링영어


건강 문제로 귀국한 뒤 다시 강단에 섰을 때, 마음가짐은 달라져 있었다. “용돈벌이로 하던 과외가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조금만 변해도 부모님이 고맙다고 말하고, 그 마음이 다시 저한테 전해지더라고요. ‘평생의 일’로 삼겠다는 결심을 했죠.”


그는 스스로 영어 전공자는 아니지만, 경영학 전공에 ‘콘텐츠 기획’ 성향이 맞물리며 새로운 교육을 구상했다. “영어 정서가 무너지면 늦게 시작할 기회조차 사라집니다. 즐거움이 바탕이 되어야 오래 가요.” 그렇게 탄생한 것이 원서 기반 수업을 중심에 둔 ‘윌링영어’다.

 

▲ 윌링영어 내부 전경  © 윌링영어

 

‘윌링영어’의 교실은 원서가 수업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세계적으로 공인된 아동·청소년 문학, 상을 받은 동화, 탄탄한 논픽션을 고르고 또 고른다.


김 원장이 원서를 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 이야기의 힘 :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드는 유머 코드가 있다.

- 언어의 생생함 : 입시 교재에서 보기 어려운, 원어민 일상표현이 살아 있다.

- 사고의 확장 : 텍스트가 던지는 주제를 가지고 추론·비판·요약·재구성까지 이어갈 수 있다.

 

“한 권을 읽고 끝내지 않아요. 요약(서머리), 추론, 글쓰기, 말하기까지 연결합니다. ‘읽기 즐거움’이 ‘생각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엔 ‘표현’으로 완결되도록 설계하죠.”

 

▲ 사진  © 윌링영어

 

김 원장은 “우리는 완성품을 유통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즐겨 쓴다. 프랜차이즈처럼 전국 단위로 ‘정답화’된 커리큘럼을 배포하는 대신, 매 시간 수업을 갈아엎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을 쓰자고 정하면 워크지와 과제를 처음부터 직접 만듭니다. 주제에 대한 몰입, 추론, 요약, 논리 전개를 뇌가 진짜로 쓰게 만드는 설계죠. 아이들 반응이 밋밋하면 바로 다른 텍스트를 투입합니다. 물 흐르듯 계속 바꾸고 또 바꿔요.”


그가 본 프랜차이즈의 한계는 ‘누가 가르쳐도 돌아가게 만드는 시스템’이 종종 선생님의 연구와 개성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교재를 월 단위로 강제 구매하면 아이의 페이스와 무관하게 진도만 빠르게 나가다 보니 학습구멍이 생깁니다. 시스템의 효율 뒤엔 ‘손실이 숨어 있기도 하죠.”

 

▲ 사진  © 윌링영어

 

요즘 ‘영어 도서관’ ‘리딩 프로그램’은 태블릿이 읽어 주고, 아이는 퀴즈를 풀며 진도를 체크한다. 김 원장은 여기서 한 발 비껴서 있다.


“우리는 사람이 읽어 줍니다. 함께 소리 내어 읽고(리드얼라우드), 감정을 싣고 연기하듯 대본 읽기를 해요. 아이들과 ‘떼창’을 하기도 하죠. 화면을 통한 효율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가 남기는 학습 기억이 더 깊다고 믿습니다.”

 

현재 수강생은 초등부터 고등까지 섞여 있지만, 핵심 타깃은 초·중등이다. 초등에서 원서로 탄탄히 쌓은 읽기 근력과 어휘·문장 감각은 중등을 거쳐 고등 모의고사의 긴 지문을 소화하는 힘으로 연결된다.


“결국 고등 내신·수능의 고난도 지문도 문해력으로 읽어야 해요. 단어 뜻만 알아선 안 됩니다. 문장과 문장을 잇고, 문단을 굴리는 힘이 필요하죠. 그 힘을 원서로 길러요.”

 

▲ 윌링영어 내부 전경  © 윌링영어

 

현재 김 원장은 대부분 수업을 직강한다. 곧 분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채용 기준은 단순하다. “자기 손으로 수업을 만드는 사람인가.”


“제가 만든 자료를 드리지만, 그대로만 하지 않았으면 해요. 새로운 시각으로 허점을 찾고,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더하길 바랍니다. 연구→적용→수정→재적용. 이 순환을 즐기는 분을 찾습니다.”

그에게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설계자이자 편집자, 때로는 연출자에 가깝다.

 

김 원장이 가장 또렷이 기억하는 순간은 한 학부모의 메시지다. 아이의 사춘기로 마음고생이 컸던 부모는 ‘월간 통지표’의 세심한 피드백을 읽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 사진  © 윌링영어


“다른 곳에서 이해받지 못해 주눅 들던 아이가 여기선 표정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제 일의 의미가 확장됩니다. 학원에선 소심한 아이가 집에 가선 자랑을 늘어놓는다고도 해요. 아이의 변화가 부모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장면, 그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김 원장은 마지막 질문에서 ‘부모와 교사의 다른 시선’을 솔직히 꺼냈다.

“부모님은 아이가 본인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죠. 당연합니다. 그래서 ‘더 빨리, 더 많이’의 유혹이 세요. 그런데 영어는 평생 쓰는 언어예요. 초반에 너무 몰아치면 정서가 상해, 평생 쓰기 싫어질 수 있습니다.”


그는 “사람은 다 다르다”는 간명한 결론을 꺼낸다. “똑같이 가르쳐도 결과는 다릅니다. 아이의 페이스·흥미·성향을 인정하고, 그 리듬을 존중하며 길게 끌고 가는 선택이 결국 더 멀리 갑니다.”

 

▲ 사진  © 윌링영어

 

‘윌링영어’는 오픈 1년 6개월 차. 김 원장의 다음 목표는 분명하다.

 

1. 분점 체계화 : 원서 큐레이션–수업 설계–평가·피드백의 선순환을 표준화

‘수업 창작’ 역량을 갖춘 교사로 팀을 꾸려, 연구 조직처럼 협업.

2. 콘텐츠 뎁스 확장: 초등·중등용 원서 라인업을 다층화하고, 고등 대비 리터러시 브리지(문해력 다리) 모듈을 정교화.

 

“규모를 키우는 게 목표의 전부는 아닙니다. 영어 정서를 지키는 방식을 놓치지 않고 확장하는 게 핵심이에요.”

 

- 프리뷰(Pre-view): 배경지식(BK) 열기, 표지·목차·키워드로 호기심 만들기

- 리딩(Reading): 교사가 감정을 싣고 리드얼라우드 → 아이들과 합독·역할

낭독

- 디깅(Deepening): 주제 질문, 텍스트 증거 찾기, 추론·비판적 사고 유도

- 아웃풋(Output): 요약 쓰기, 색인어 만들기, 말하기·토론, 장면 재현

- 피드백(Feedback): 월간 통지표로 강점·과제·정서 상태를 함께 기록

 

▲ 김숙희 원장  © 윌링영어

 

김 원장은 “아이들이 ‘읽는 힘’으로 ‘말하고 쓰는 힘’을 잇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수업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윌링영어’는 거창한 간판 대신 꾸준한 설계와 미세 조정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교실을 움직인다. 원서 한 권이 수업의 전부가 아니라, 아이 안의 ‘배움 회로’를 켜는 스위치가 될 수 있도록.

 

▲ 윌링영어 외부 전경  © 윌링영어


김숙희 원장은 오늘도 교실 문을 열며 같은 말을 되뇌인다.

“영어는 시험을 넘어 삶으로 연결되는 언어입니다. 우리는 아이가 그 사실을 몸으로 알아가게 도와주는 사람이고요.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며 오래 가는 길, 그 길 끝에서 언어는 결국 아이의 세계를 넓혀 줄 거예요.”

 

<블로그>

https://blog.naver.com/willing0505 

작성 2025.08.27 19:44 수정 2025.08.2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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