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나 휴대폰 고장 나서 문자로만 연락해.”
익숙한 이 문장은 고령층을 겨냥한 메신저 피싱의 대표적인 수법이다. 자녀를 사칭해 급히 송금을 요구하는 방식은 여전히 시니어 피해의 가장 흔한 유형으로 꼽힌다.
최근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금융사기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60세 이상 고령층의 보이스피싱, 문자 피싱, 메신저 피싱 피해 건수는 약 2.3배 증가했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시니어들도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이를 역이용한 범죄 수법도 함께 고도화되고 있다.
디지털범죄 예방교육 전문가인 이택호 강사(수원대)는 “시니어층은 문자와 메신저로 정보를 주고받는 데 익숙하지 않고, 보이스피싱과 같은 말로 전달되는 사기에도 쉽게 심리적으로 동요된다”며 “단순히 경고로 끝나는 정보 전달이 아니라, 직접 시뮬레이션해보는 체험 기반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다”고 설명한다.
범죄자들은 가족을 사칭하는 방법 외에도, 정부기관, 금융기관, 보험사 등을 사칭한 링크를 전달해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탈취하는 방식도 함께 사용한다. 특히 최근에는 문자 내 짧은 링크(URL)를 클릭하도록 유도해 악성코드를 설치하고, 사용자 모르게 원격 조정 앱을 설치하는 방식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수법이 시니어의 감정적 특성과 기술적 미숙함을 노린 ‘정서 기반 디지털 범죄’라는 점이다. 실제 사례 중에는 “말투가 어색했지만 진짜 아들인 줄 알고 송금했다”는 피해자 진술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그만큼 예방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인지력’과 ‘소통’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와 복지기관, 지역 경찰서 등은 시니어 대상 디지털범죄 예방 캠페인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이택호 강사는 “무엇보다도 가족 간 사전 약속이 중요하다. 자녀가 부모에게 ‘문자로 송금 요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알려주고 반복 교육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피해는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지역 경로당, 복지관, 노인대학 등에서 체계적인 디지털 방어 훈련이 필요하다”며 “단순 정보 전달에서 그치지 않고 실전처럼 문자를 받고 대응해보는 시뮬레이션이 중요하다. 공공기관과 대학이 협력하여 교육 커리큘럼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이 ‘디지털 약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가족, 지역사회, 공공기관이 함께 나서는 ‘디지털 보안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지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시니어 스스로 판단하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대한민국 사회에서 시니어의 디지털 안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의 과제다. 체계적인 교육, 가족 간 소통, 그리고 사회적 연대가 함께할 때, 디지털 세상의 범죄로부터 노년의 삶도 안전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