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사이에 길이 있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따뜻한 말들
‘인생은 결국 사람 사이를 걷는 길이다.’ 시인 도종환이 엮은 책 『사람 사이에 삶의 길이 있고』는 이 짧은 문장을 실감나게 증명해주는 글들의 모음이다. 이 책은 시, 수필, 회고, 고백, 연설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삶을 마주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담고 있다. 도종환은 이 책을 통해 단지 아름다운 문장이나 문학작품을 소개하려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삶의 방향을 고민할 때 진심어린 길잡이가 되어줄 이야기들을 들려주고자 했다. 책에 담긴 글들은 저마다 ‘인생의 길목’에서 건져 올린 정직한 고백이며, 따뜻한 말들이다. 경쟁과 속도가 모든 가치를 앞서는 시대에, 이 책은 우리가 잃어버렸던 인간적인 온기를 되살려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이 점점 멀어지는 오늘, 이 책은 그 사이에 길이 존재함을 조용히 일러준다.
길 위에서 마주한 진심 : 시와 이야기로 엮은 인생의 조각들
책의 첫 번째 장인 ‘인생의 길목에서’에는 도종환, 전우익, 강은교, 석지현 등의 글이 실려 있다. 이 글들은 시처럼 간결하고, 수필처럼 따뜻하며, 철학처럼 묵직하다. 전우익은 “삶이란 그 무엇인가에, 그 누구에겐가에 정성을 쏟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인생의 본질이 경쟁이나 성취가 아니라 관계와 마음씀에 있음을 강조하는 메시지다. 도종환의 글 ‘당신은 풀 한 포기보다 떳떳하게 살았습니까’에서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인간의 도리와 양심을 묻는다. 청소년 시기, 옳고 그름의 경계가 흔들릴 때 이 질문은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강은교의 ‘인생의 시냇물을 건너’에서는 시처럼 흘러가는 삶의 조각들을 통해 인생의 여러 풍경을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삶의 단면을 비추며, 독자에게 자기만의 시선으로 인생을 바라보게 만든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저마다의 길 위에서 마주친 진심을 공유하게 된다.
가슴으로 배우는 삶: 청소년에게 전하는 선배들의 목소리
두 번째 장 ‘나는 어떻게 인생을 배웠던가’는 그야말로 인생의 ‘현장기록’이다. 백기완은 삶을 가르친 것이 학교가 아니라 민중의 현실 그 자체였다고 고백하고, 장준하는 자유를 향한 갈망 속에서 젊음을 불태운 기억을 들려준다. 권정생은 유랑과 걸식 끝에 교회 문간방에 정착하며 느낀 고단한 삶의 단면을 회고하고, 김정환은 자신을 ‘반골’이라 부르며 체제와 맞서 살아온 세월을 털어놓는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글 ‘나의 인생, 나의 분노’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분노와 정의감으로 점철된 그의 정치적 출발점을 보여준다. 이 글들은 모두 말한다. 인생이란 고정된 경로가 아니라, 각자의 투쟁과 고뇌 속에서 만들어지는 길이라고. 청소년들은 이 글들을 통해 스펙이 아닌 태도, 계산이 아닌 신념, 이기심이 아닌 연대의 중요성을 배운다. 무겁고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가르침이기에 더욱 가슴을 울린다.
낯설지만 익숙한 사랑의 풍경, 그리고 가족
사랑은 언제나 익숙하면서도 낯선 주제다. 세 번째 장 ‘남과 여, 그리고 사랑’에서는 청소년들에게도 민감한 사랑, 성, 관계의 문제를 다양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최성수는 ‘신데렐라’라는 환상이 사라진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현실 속 여성과 남성의 위치를 성찰하게 한다. 김형석은 철학자의 시선으로 “나는 사랑한다, 그러므로 나는 있다”고 말하며 사랑을 존재의 증명으로 끌어올린다. 윤명혜의 글에서는 “엄마가 최초의 여자가 아니니?”라는 질문을 통해 가족 내 여성의 정체성과 역할을 다시 묻는다. 장기표는 ‘사랑의 원리’를 통해 이상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이야기한다. 이 장의 글들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단순한 감정의 차원이 아니라, 인격과 관계, 사회적 구조까지 확장해 생각하게 만든다. 청소년들에게 사랑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자신을 규정하고 타인과 연결하는 ‘경험’이라는 것을 조용히 일깨운다.
잊지 못할 만남이 남긴 따뜻한 울림
마지막 장 ‘잊을 수 없는 만남’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진 특별한 순간을 담고 있다. 신영복은 ‘청구회의 추억’을 통해 감옥 안에서 인간적 교류와 나눔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그려낸다. 최현배는 ‘사 주오 두부 장수’라는 한 인물을 통해 일상의 소박한 선의와 존엄을 기억한다. 이 글들은 거창한 사건이나 유명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주변에서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인연을 되새기게 만든다. 독자들은 이 장을 읽으며 ‘내 인생에도 저런 만남이 있었지’ 하고 떠올릴 수 있다. 따뜻한 기억은 곧 삶의 이정표가 된다. 이 책은 만남이라는 인간의 본질적 경험을 재조명하며, 독자들에게 더 따뜻한 사람이 되자고 조용히 속삭인다. 결국 인생의 의미는 거창한 성공보다도, 잊을 수 없는 사람들과의 따뜻한 만남에서 발견된다.
『사람 사이에 삶의 길이 있고』는 청소년들에게 책으로 건네는 인생 수업이다. 이 책은 특정 세대의 기록이 아니라, 어느 시대, 어떤 사람에게도 유효한 삶의 언어들로 가득하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람 사이에 진정한 길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바쁘고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이 책은 우리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풀 한 포기보다 떳떳하게 살았습니까?” 이 질문은 청소년뿐 아니라 모든 세대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물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사람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일이며,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진심이 우리 인생의 방향이 된다. 지금, 우리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길이 되어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