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시인 한정찬의 '포구(浦口)에서 외 4 편'
포구(浦口)에서
통통배 사라진 곳 하염없이 바라본다.
수평선을 대략 짐작해 긋다 보면
함정에 걸리는 일이다.
함정에 빠지는 일이다.
한 성깔 하는 파도에
큰 칼을 맡겨놓은 위험한 일이다.
무작정 수평선을 바라보는 일은
다시 올 수 없는 짠한 그리움이다.
텅 빈 물살로 퍼져온 역린을 건드려
하늘 바다는 수평선에서 만난다.
가끔은 체념해야 할 일인데
쉼 없이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가
외로운 마음을 섧게 울리고 있다.
내가 포구에 정박할 때 바람은
마음에 물 퍼 던지며 괴성을 질렀다.
어처구니가 없는 바람은 모래밭에서
성난 파도를 부추기고 있다.
파도는 아직 미련 못 버린 집착으로
바람 앞에 장엄하게 순절(殉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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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言語)의 진위파악(眞僞把握)
산다는 말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은
사는 일은
이미 진행형에 있는 일이라
정말 산다는 말은 쉽지 않다.
아프다는 말
그리 별일 아니라고 하는 것은
아픈 일은
이미 고통 상태에 있는 일이라
정말 아프다는 말은 견디기 힘들다.
괜찮다는 말
그리 편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은
괜찮은 것은
이미 불편해 있는 일이라
정말 괜찮다는 말은 참을만한 정도다.
죽는다는 말
그리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은
죽는 일은
아직 겪어 본 일이 아니라
정말 죽는다는 말은 두려운 공포다.
그림 연정(戀情)
구름을 그리면
네가 학처럼 훨훨 날아올까.
산을 그리면
네가 비탈에 오래 서 있을까.
강물을 그리면
네가 건너올 튼튼한 다리를 지을까.
풀잎을 그리면
네가 영롱한 이슬방울로 맺힐까.
봉선화를 그리면
네 예쁜 손톱이 훤히 보일까.
마음을 그리면
네 고운 마음이 머물고 있을까.
사랑의 노래
네 눈높이로 오래 바라보면
내 마음 설렘으로 참 행복하다.
네 눈빛 의연함 바라보면
내 눈빛 익숙함이 고여있다.
네 언어 향기 느껴 보면
내 가슴에 빛이 새로 스며있다.
네 정갈한 모습을 바라보면
내 영혼도 아름다워 맑아진다.
네 여행을 떠나는 모습에서
내 삶의 짐 드는 일 느껴진다.
네 진실한 맑은 얼굴에서
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네 기쁨을 축복하는 음악에서
내 진실로 신뢰를 발견한다.
기다림
기다림이 없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산다는 일은 쉼표가 있어 그래도 생기 돋는다.
기다림은 쉼표의 괄호 안 물음표의 숨소리다.
은하수 별빛이 머리 위에 우수수 쏟아질 때도
끝없이 선을 이은 온 조바심에 기다림이 있다.
사랑하는 인연의 만남도 설렘의 기다림이 있다.
기다림은 만남이 아니어도 충분한 필요조건이다.
기다림은 한번 단 한 번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기다림은 행복했고 ‘기다려서 행복했노라.’고 했다.
기다림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아픔 고통이 있어도
이해할 수 없는 실망이 따라도 아름답게 빛난다.
기다림에 세월은 가고 기다림에 그리움은 남는다.
한정찬
□ (사)한국공무원문학협회원, (사)한국문인협회원, (사)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 시집 ‘한 줄기 바람(1988)외 27권, 시전집 2권, 시선집 1권, 소방안전칼럼집 1권’ 외
□ 국무총리상, 도지사상 2회, 농촌문학상, 옥로문학상, 충남펜문학상, 충남문학대상, 충남도문화상 외
□ 행정안전부 안전교육전문강사(화재안전, 자연재난안전),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소방안전컨설턴트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