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시인 한정찬의 "숲속의 사랑 외4 편"
숲속의 사랑
지척에 두고 온 해진 바람을
낙엽이 알아채고 바삭거린다.
얼마나 목이 타면 저럴까.
말랑한 솜사탕 뭉게구름이
느슨한 틈에 곁눈질하다가
햇빛에 낯 발갛게 확 들켰다.
정오는 민망한 일이라 떠들다
가혹한 언어를 유기한 채로
검푸른 얼굴을 쿡쿡 찔렀다.
지엄한 사랑도 정말 아닌데
등 굽은 나무 허리 못 펴고
고독한 산하를 힐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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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길을 걷다 보면
길 위에 길을 걷다 보면
동행은 필수 되고
숨 멎는 순간도 평화가 된다.
한시도 길을 버리지 못해
움켜쥔 나 홀로 섬이 되다가
천년 아프게 한 바람을 맞는다.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유유한 사연을 들어주고
허허한 빈 길을 닦아 본다.
길 위에 길을 걷다 보면
침묵은 당연하고
기도하는 자세는 자유가 된다.
때로는 길을 펴지도 못해
숨 막힌 나 홀로 벽이 되다가
천년 눈감아 온 바위를 만진다.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유일한 말을 엮어 주고
산뜻한 새 길을 내어 본다.
아, 자유다. 평화다
바람이 구름을 몰고 가고
구름이 바람에 저항하는
팽팽한 평행선이 형성될 때
괜스레 불안해지는 이 지상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바람이 힘세면 구름은 밀려가고
구름의 저항이 세면 바람은 고요하다.
삶은 뇌가 없는
구름 같은 것
삶이 구름 같아 뭉글거려도
희노애락(喜怒愛樂)을 안다.
삶은 뇌가 없는
바람 같은 것
삶이 바람 같아 윙윙거려도
생노병사(生老病死)를 안다.
햇빛 아래 구름 꽃 피고 있다.
별빛 아래 바람꽃 피고 있다.
아, 자유다. 평화다.
재난현장활동(災難現場活動)
자욱한 해무(海霧) 걷어 내고
증발한 햇살은 어디 있을까.
자욱한 운무(雲霧) 걷어 내고
증발한 햇살은 어디 있을까.
위기의 자연재난현장에서
봉사로 참여한
그들은 모두 위대했다.
위기의 사회재난현장에서
봉사로 참여한
그들은 모두 위대했다.
자욱한 해무(海霧) 걷어 내듯이
자욱한 운무(雲霧) 걷어 내듯이
자연재난현장 활동은
사회재난현장 활동은
참 위대했다.
참 숭고했다.
우리들의 위대한 저력이었다.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는
이 시대의 값진 희생정신이었다.
돌
돌이 없는 곳에서는
돌이 귀한 존재가 된다.
일용할 밥그릇이 되고
위대한 예술조각품이 되고
편리한 농기구가 되고
강력한 무기가 되어 온
돌이다.
돌은 눈이 없다.
돌은 귀가 없다.
그래도
볼 것은 다 보고 있고
들을 것은 다 듣고 있다.
그러나
다만 침묵할 뿐이다.
돌 앞에 경의를 표한다.
한정찬
□ (사)한국공무원문학협회원, (사)한국문인협회원, (사)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 시집 ‘한 줄기 바람(1988)외 27권, 시전집 2권, 시선집 1권, 소방안전칼럼집 1권’ 외
□ 국무총리상, 도지사상 2회, 농촌문학상, 옥로문학상, 충남펜문학상, 충남문학대상, 충남도문화상 외
□ 행정안전부 안전교육전문강사(화재안전, 자연재난안전),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소방안전컨설턴트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