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 시장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과거 안정적인 주거 형태로 인식되던 전세가 최근 몇 년 사이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0년대 들어 전세 수급 구조가 급격히 흔들리면서 이러한 흐름이 본격화됐다고 분석한다.
첫 번째 전환점은 2020년 7월 시행된 ‘임대차 2법’이었다. 정부는 세입자 보호를 위해 2년 계약에 1회 갱신권을 보장하고, 전·월세 인상률을 5%로 제한했다. 그러나 집주인들은 4년간 전셋값을 올리지 못한다는 부담에 미리 인상분을 전세금에 반영했고, 이로 인해 전셋값이 단기간에 급등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19년 97.03에서 2021년 112.28까지 상승했다.
전세금 부담은 세입자들의 선택을 바꿨다. 신규 전세 계약은 줄고, 계약 연장이 늘었으며, 전세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반전세’와 월세 수요가 확대됐다. 여기에 2021년 이후 기준금리 인상과 전세대출 금리 급등(연 2%대→7~8%대)이 맞물리면서 월세가 더 경제적인 선택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2022년에는 빌라·오피스텔 전세사기와 역전세난이 확산되면서 비(非)아파트 전세 기피가 뚜렷해졌다. 서울 빌라 전세 비중은 2년 새 61.9%에서 41.2%로 감소했고, 수도권 오피스텔 월세 비중은 72%에 달했다.
최근에는 대출·보증 규제 강화가 변화에 속도를 더했다. 전세퇴거자금 대출 제한으로 일부 단지 전세가격이 급락했고, 7월 21일부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한도가 90%에서 80%로 축소됐다. 전세금 6억 원 기준 과거 5억4,000만 원까지 가능했던 대출이 4억8,000만 원으로 줄면서 세입자의 대출 여력이 감소했다. 부족한 자금은 결국 월세 전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6·27 대책 이후 전세 매물 부족 현상도 심화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7월 1~18일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7,186건 중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건수는 3,008건(41.9%)으로, 전월 동기 대비 4.7%포인트 증가했다. KB부동산 전세수급지수도 145를 기록, 공급 부족이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서울·수도권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현재 광주광역시와 일부 지방은 미분양 물량이 많아 전세 품귀 현상을 체감하기 어렵지만, 공급이 줄고 금리·대출 환경이 변화하면 2~3년 내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분석가 A씨는 “광주처럼 공급 여유가 있는 시기는 내집마련을 준비하기에 최적기”라며 “서울·수도권 사례를 참고해 전세·월세·반전세를 종합적으로 비교하고, 정책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의: 010-9624-44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