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시즌이 끝나자마자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주간 일일 신규 확진자는 평균 2만 명대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65% 증가했다. 해수욕장, 축제, 해외여행 등으로 인한 대규모 인구 이동과 방역 완화 조치가 맞물려 바이러스 전파 고리가 촘촘해졌다. 전문가들은 지금 추세라면 9월 중순 이전에 재유행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휴가철 동안 국내 주요 관광지에는 평소보다 2~3배 많은 인파가 몰렸다. 제주도의 경우 한 달 동안 15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했고, 강원도 주요 해수욕장과 남부권 계곡에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각 지역에서 열린 음악 축제, 지역 축전, 야외 공연 등도 방역 장치 없이 진행되면서 감염 확산의 계기가 됐다. 특히 수도권에서 휴가지로 이동한 인원이 다시 지역 사회로 복귀하면서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역유입’ 현상이 나타났다.
방역 당국이 올여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전면 완화한 것이 확산세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많은 이들이 실내 환기나 손 소독에 소홀해졌고, 밀집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비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여기에 전파력이 강한 신규 변이 바이러스 BA.2.86와 EG.5가 해외에서 유입돼 국내 감염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BA.2.86은 기존 면역 회피 능력이 뛰어나 백신 접종자도 돌파 감염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방역 재정비의 ‘마지막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모 교수는 “현 시점에서 예방접종을 재개하고, 실내 마스크 착용 권고를 강화하지 않으면 가을 재유행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령층과 기저질환자의 추가 접종과 함께, 학교·병원·대중교통 등 고위험 환경에서의 마스크 착용 재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다음 주부터 백신 접종 예약을 시작하고, 변이 바이러스 감시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코로나19는 끝난 위기가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른 상태에 불과하다. 이번 확산세는 방역 완화와 대규모 이동이 겹치면 언제든 재유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경제·사회 활동을 지속하되,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방역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유일한 길이다. 예방접종,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실내 환기 같은 기본 수칙을 지키는 작은 실천이 앞으로 다가올 파고를 막는 방파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