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에너지 패권, '청정 수소'가 새로운 전장이 되다
유럽과 중동이 대규모 '그린 수소(Green Hydrogen)' 생산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화석 연료를 대체할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는 수소는 이미 한국의 미래 핵심 먹거리로 낙점되었으나, 최근의 국제 동향은 한국이 단순한 기술 강국을 넘어 '수소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긴급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유럽과 중동의 '수소 허브' 전략
독일 정부는 최근 자국 내 수소 생산 및 인프라 구축에 수백억 유로를 투자하는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
동시에 호주, 칠레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가진 국가들과의 수소 수입 협정을 강화하며, '유럽의 수소 허브'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이는 자국 내 생산만으로는 부족한 수소 수요를 충당하고, 수소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산업 생태계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맞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시티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도 막대한 오일머니를 수소 생산에 투입하고 있다. 이들은 풍부한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통해 물을 전기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 수소' 생산 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수소를 액화시켜 선박으로 운송하는 기술까지 확보하려는 이들의 움직임은, 중동이 과거 '석유'를 통해 얻었던 에너지 패권을 미래의 '수소'를 통해서도 이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한국, '수소 생산국'과의 전략적 협력이 시급하다
한국은 수소차, 수소연료전지 등 수소 활용 기술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해, 해외에서 수소를 수입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과 중동이 수소 공급망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은 한국의 수소 산업에 큰 기회이자 위협이 될 수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특정 국가에 대한 수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호주, 중동 등 다양한 수소 생산국들과의 전략적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히 수소를 수입하는 것을 넘어, 생산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하고 공동 연구 개발에 참여하는 등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수소 경제의 미래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달려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