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사라진 성장 사다리…현장의 뿌리를 단단하게 해줄 고유의 농업경영교육이 필요하다.

14년간 농업경영의 심장을 뛰게 한 강소농, 왜 멈췄나?

기술보다 중요한 경영 체력, 현장이 증명한 부활의 필요성!

농업현장에는 테크닉보다 경영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할 때!

작지만 강한 농업, 왜 우리는 강소농을 되살려야 하는가?

14년 동안 전국 곳곳에서 농업경영의 뿌리를 다져온 강소농 교육프로그램이 조용히 사라졌다. 예산 지원이 끊기면서 농업인들이 매년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던 그 배움의 장이 문을 닫았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정책 변화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 빈자리가 아쉬움을 넘어 걱정이다. 농업의 미래를 준비하던 수많은 농가가 ‘연결’을 잃었고, ‘성장 사다리’가 끊겼기 때문이다.

 

강소농 프로그램은 단순한 기술 전수나 일회성 강의가 아니었다. 매년 경영 현황을 점검하고, 비용 절감·품질 향상·고객 확대·가치 향성·역량 강화라는 5대 비품고가역의 축을 중심으로 다음 해의 실행 계획을 세우는, 살아 있는 경영 훈련장이었다. 경영환경은 매년 변한다. 기후, 시장, 유통 구조, 소비 트렌드 모두가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이런 변화를 읽고, 대응 전략을 세우는 훈련 없이 농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사라진 이유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핵심은 이것이다. 문제가 있었다면 고치면 된다. 프로그램의 취지를 살려 보완하고, 더 현장 친화적으로 개편하면 된다. 버려야 할 이유가 아니라, 다듬어야 할 이유었으리라. 현재 교육과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다양하게 조재하고 또 열심히 운영중이다. 하지만 맥이라는 것이 있다. 변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변하지 않는다고 잘라버린다면 발전도 맥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장이 보여준 답 – 경상남도 강소농에서 보여주는 경영의 맥

현재 사라진 강소농의 맥을 이어가는 곳 중에 경상남도 지역의 지자체에서는 그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예산이 끊긴 상황에서도 경상남도는 자체 예산을 수립하여 사라진 강소농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경상남도 지역의 강소농 회원들은 자체적으로 경영개선 교육을 만들었다. 그 중심에는 농업경영·마케팅 전문교육기관 좋은세상바라기(주)의 최병석 대표의 도움도 있었다. 28년간 기업 경영과 현장 컨설팅을 병행해온 그는, 강소농 교육의 원형을 ‘현장 맞춤형 경영코칭’과 ‘실행 후 피드백’에 두고 있었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을 비롯하여 진주, 창원, 거창, 하동, 고성, 경산, 밀양, 대구, 울진 등의 강소농 교육현장에서 최 대표는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농가별 경영진단-실행전략 설계-현장 적용-재점검의 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교육생들은 자신의 농장을 숫자와 데이터로 분석했고, 비용 구조를 다시 설계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전략을 구체적으로 짰다. 특히 ‘비품고가역’(비용·품질·고객·가치·역량) 5요소 진단법을 적용해, 각 농가가 어떤 부분에 투자하고 어떤 부분을 줄여야 할지 명확하게 경영계확을 세워가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렇다고 계속 같은 과정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AI를 비롯하여 경영환경 변화에 맞추어 강소농 과정은 진화하고 있었다.

 

최 대표의 강소농 교육은 강의실을 벗어나 농장으로 이어졌다. 강소농 회원의 농장을 방문해 영상을 촬영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며, 서로의 농장을 벤치마킹했다. 2011년 소위 '크로스코칭이'라는 이 말을 농촌진흥청에 제안하고 28개 시군을 대상으로 운영해 정착시킨 장본인으로서 크로스코칭방식을 기존 강소농 회원과 농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한 팀이 되어, 작년에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도록 상생의 프로그램 성장시켜왔다. 이는 강소농 교육이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니라 네트워크와 실행을 통한 성장 모델임을 증명한 성과였다.


강소농의 가치는 ‘계속성’에 있다

오늘날 농업은 더 이상 ‘재배 기술’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생산·가공·유통·마케팅·고객관리까지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농산물 가격은 기후와 시장 상황에 따라 급변하고, 소비자는 품질뿐 아니라 스토리·브랜드·경험을 요구한다. 이때 농업경영은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위험 분산(다품목, 가공, 체험 결합), 원가 관리(투입 대비 산출 최적화), 브랜드 경쟁력(차별화된 가치 제안), 고객 유지(충성 고객 기반 형성), 지속 성장 구조(3년, 5년 후를 내다보는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직거래는 단순히 고객 개개인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타겟고객의 무리와 충성고객의 컨트롤로 만들어진 유통채널이기 때문이다.

강소농 프로그램은 바로 이 ‘농업경영의 체력’을 키우는 훈련장이었다. 기초 기술을 넘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경영 체질을 매년 강화하는 반복 훈련, 고객을 만나고 직거래 유통채널로 구축해가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훈련하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선도 농가들은 단순히 ‘작물 재배자’가 아니라 농업 CEO로 거듭났다.

 

강소농의 진짜 힘은 ‘계속성’이다. 한 번 듣고 끝나는 교육이 아니라, 매년 스스로를 진단하고, 지난 해보다 나아진 자신을 만드는 과정. 우수 농가들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 수십 번의 이 과정을 거쳤다. 낮에는 농장에서 땀 흘리고, 밤에는 경영과 마케팅을 공부하며, 변화에 적응한 이들이 바로 지금의 선도농가다. 최병석 대표는 이를 “경영의 근육을 매년 단련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는 정책도 중요하다. 그러나 청년만이 아닌 세대와 관계없이 농업인은 변화에 대응할 경영 체력을 갖춰야 한다. 강소농은 바로 그 체력을 키우는 운동장이었다. 기존 우수농가와 귀농·귀촌인이 만나 지혜와 경험을 교환하고, 서로를 멘토링하며, 새로운 도전을 설계하는 공간이었다.

다시 세워야 하는 이유

강소농은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농업을 경영하고, 경영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시스템이었다. 강소농은 자율모임체의 개념을 시종일관 강조했다. 수동적으로 행해지는 피교육자의 과정이 아닌 자율적으로 성장하고 윈윈전략을 도모해나가는 성장형 경영개선 교육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국가가 농업의 미래를 이야기한다면, 농업인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야 한다. 누구의 공로가 아닌, 현장의 뿌리를단단하게 해줄 100년, 200년 전통의 농업경영교육이 존재하길 바란다.

 

강소농을 부활시켜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농업의 생존은 기술만으로 되지 않는다. 경영은 매년 다듬어야 한다. 그 무대가 강소농이었다. 그리고 그 무대는 다시 세워져야 한다. 작지만 강한 농업경영체, 그 씨앗은 이미 현장에 있다. 이제 그 씨앗이 사라지지 않도록, 물과 거름을 주는 일은 필요하다. 14년동안 동일한 컨세서스를 가진 교육과정이 진행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경영개선의 근육이 자리를 잡고 그 힘을 키울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잠시 효과가 나지 않는다고 운동을 그만 두어서는 그 동안의 노력과 성과가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강소농은 단순히 한 세대의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는 농업이 스스로 시장을 개척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다음 세대에 안정된 토대를 물려줄 수 있는 국가 농업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였다. 정책은 유행처럼 바뀌지만, 농업인의 삶과 시장의 흐름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강소농은 그 흐름 속에서 농업인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주고, 매년 더 강한 체질로 거듭나게 했다.

 

이 제도를 부활시키는 것은 단지 과거를 복원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앞으로 10년, 20년 대한민국 농업의 체력을 만드는 투자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작지만 강한 농업인의 성장 사다리를 되살릴 것인가, 아니면 그 사다리를 걷어차고 미래 농업의 기회를 스스로 줄일 것인가. 답은 이미 현장이, 그리고 강소농을 거친 수많은 성공 사례가 말해주고 있다. 지금이 강소농을 되살릴 때다.

 

 

 

 

최병석 칼럼니스트 기자 gomsam@varagi.kr
작성 2025.08.09 14:30 수정 2025.08.0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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