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이라는 단어엔 종종 진한 향이 묻어 있다. 익숙한 사람에겐 향긋함이지만, 처음인 이들에겐 기름과 잡내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1970년대 도축장 인근에서 시작된 대구 안지랑 곱창골목은 그 특유의 향으로 수십 년간 대구를 대표하는 서민 음식 명소로 자리 잡아왔다. 하지만 그 전통의 한편엔 낡은 이미지도 공존했다.
그리고 지금, 곱창의 향이 바뀌고 있다. 변화의 중심엔 ‘안지랑마당’이 있다.
대구 남구 대명동 끝자락, 전통 곱창집들 사이에서 홀로 화덕의 불빛을 내뿜는 매장이 있다. 600℃ 고온의 화덕에서 초벌된 곱창은 겉은 단단하게 응고되어 육즙을 가두고, 속은 부드러움을 유지한다. 곱창 특유의 기름진 냄새는 사라지고, 대신 은은한 불향이 피어오른다. "탄 내 없이 향만 남긴다"는 고객 후기가 줄을 잇는다.
안지랑마당의 조리법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전략이다. 소비자와의 첫 접점을 ‘냄새’가 아닌 ‘경험’으로 전환한 것이다. 실제로 이곳의 주요 고객층은 20~3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곱창을 처음 접한 세대까지 끌어안은 결과다.
하지만 단지 조리법만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안지랑마당은 유통과 위생 시스템까지 전면적으로 바꿔놓았다. 대부분의 식당이 중간 유통을 거치는 반면, 안지랑마당은 자체 직영 공장을 운영한다. 외피와 기름층을 제거하고, 반복 세척과 냉장 숙성을 거쳐 진공 포장된 곱창은 냉장 탑차로 매장에 직송된다. 단 하루의 유통 루트, 단 하나의 품질 기준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위생은 말 그대로 ‘루틴’이다. 영업이 끝나면 전문 업체가 고온 스팀(90℃)으로 테이블과 주방을 소독하고, 무향 무알코올 공기살균기가 가동된다. 같은 작업이 아침 영업 전에도 반복된다. 하루 두 번의 정밀 소독이 이뤄지는 곱창집은 흔치 않다.
안지랑마당은 이 세 가지, 곧 ‘600℃ 화덕 초벌’과 ‘공장 직송 시스템’, ‘이중 위생 루틴’을 기준으로 내세운다. 그 기준은 이미 곱창골목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처음엔 ‘너무 깨끗하면 장사 안 된다’는 말도 들었죠.” 안지랑마당 관계자는 그렇게 회상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인근 업장들이 위생과 품질을 개선하며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전통 골목이 변화의 기점을 맞은 것이다.
안지랑곱창골목은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전국 5대 음식테마거리’로 선정되었고, 2015년 ‘한국관광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정작 ‘변화’는 그 이후 한동안 정체되어 있었다. 그 정체의 물꼬를 튼 것이 ‘안지랑마당’이다.
이제 곱창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지역 상권을 움직이는 문화적 자산이자 경험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 안지랑마당은 그 변화의 선두에 서 있다. 전통을 부정하지 않되, 새로운 언어로 해석하는 방식으로. 600℃의 화염이 곱창의 시대를 다시 쓰고 있다. 그리고 그 불꽃은, 곧 지역 경제의 새로운 온기로 번지고 있다.
안지랑마당
주소: 대구 남구 대명로 36길 9(대명동 812-3)
영업: 11:00~22:00(라스트오더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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