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BTS 10주년 공연을 보기 위해 수만 명의 해외 팬들이 한국을 찾았다. 항공권은 매진되고, 도심 호텔은 동이 났다. 단일 K-POP 공연 하나가 한국을 방문하는 동기가 되었고, 동시에 K-POP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글로벌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오늘날 한류는 단순한 문화 소비를 넘어, 대한민국을 직접 방문하게 만드는 강력한 관광 자산이자 산업이다.
문제는 이 세계적인 흐름을 제대로 담아낼 ‘공간’, 즉 ‘대규모 공연장’이 우리에게 충분히 마련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은 K-POP의 발원지이자 중심 무대이지만, 정작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공연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송파구 잠실 주 경기장은 리모델링 중이고, 올림픽공원 KSPO돔은 이미 예약이 포화 상태이며, 도봉구에 짓고 있는 서울 아레나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스타들이 서울에서 공연하고 싶어도 마땅한 공연장이 없어 포기하는 현실은, 문화관광도시 서울의 위상에 큰 손실이다.
2000년대 초반 1인당 국민소득 1만 5천 달러를 넘기던 시절,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지역 주민의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자 문화예술회관을 경쟁적으로 건립했다. 대부분은 450석~600석 규모로, 당시에는 주민의 생활문화 확산의 거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하지만 2025년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맞이한 지금, 국민이 원하는 공연 콘텐츠는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정도의 완성도와 규모를 요구한다. 무대 연출 역시 음향과 조명뿐만 아니라, 영상, 특수효과, 디지털 기술 등 다양한 요소가 정교하게 결합된 복합예술로 진화하고 있다.
반면 현재 서울시 자치구 공연장은 여전히 20년 전의 시스템에 머물러 있고, 1,000석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은 십여 곳에 불과하다. 이제는 서울의 문화예술회관이 단순한 주민 문화시설을 넘어, 한류 콘텐츠를 담아내는 대규모 공연 플랫폼으로 재구성해야 할 시점이다.
그 첫걸음은 대형 공연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최소 1,200석 이상 규모의 공연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에서 2,000석 이상의 공연장은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을 비롯해 손에 꼽을 정도다. 이제는 중앙정부,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머리를 맞대고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영등포구는 서울 서남권 문화 허브를 향한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우선 서울시가 여의도공원에 1,800석 규모의 ‘제2세종문화회관’을 건립 추진 중이다. 이곳은 세계인이 찾는 한류 콘텐츠의 거점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클래식 등 수준 높은 공연이 펼쳐지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또한, 영등포구는 문래동에 1,200석 규모의 ‘문래 예술의 전당’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은 지역 예술인과 구민의 창작 활동은 물론, 문화교육까지 아우르는 구민 문화 사랑방으로 조성되며, 문화도시 영등포의 공연예술의 뿌리를 단단히 다지는 기반이 될 것이다.
지역 문화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는 글로벌 무대를 향한 ‘출발점’으로 기능해야 한다. K-POP의 상징인 BTS도, 세계 무대에 오른 클래식 스타들도 지역 공연장에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각자의 문화적 정체성과 자산을 토대로, 지역 공연장을 글로벌 콘텐츠의 생산과 순환의 중심지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문화도시 서울의 품격을 지키고, 세계 무대에서 한국이 문화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길이다.
앞으로도 서울시 유일의 법정 문화도시 영등포는 서울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문화도시의 길을 선도해 나가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