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Column 시리즈 [1편]
말할 수 없었던 감정들: 한국 남성의 침묵은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힘들면 말해.”
우리는 자주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정작 힘든 사람이 말을 꺼내는 순간, 돌아오는 반응은 “그 정도는 다 그래”, “남자가 왜 그래?”일 때가 많다.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오히려 약하다고 평가받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입을 닫는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남성의 감정은 금기처럼 다뤄진다.
그 침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만든 구조다. 오늘, 우리는 그 침묵의 시작과 무게를 함께 마주보려 한다.
감정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남자들
한국 사회에서 남성은 태어날 때부터 감정을 억제하는 법을 배운다.
“울지 마”, “남자답게 해”, “참아야지”라는 말은 어린 시절부터 귀에 박히도록 들려온 말이다.
감정은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눌러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게 자란 남성들은 슬픔이나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
감정을 느끼지만 말하지 않는 삶. 말하지 않으니,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도 점점 모르게 된다.
그리고 그 감정은 안에서 고여 있다가, 언젠가 완전히 다른 이름으로 터진다. 분노, 폭력, 단절. 모두 감정이 흐르지 못해 굳어버린 결과물이다.
감정이 흐르지 않으면, 사회도 흐르지 않는다.
감정은 사적인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감정 표현이 허용되지 않을 때, 그 여파는 사회 전체에 미친다.
감정을 억압당한 남성은 공감 능력이 약해지고, 타인의 감정에도 무감각해진다.
이는 곧 관계의 단절, 사회적 소통의 실패, 그리고 고립으로 이어진다.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사회는 결국 감정을 무기화하거나 회피하게 만든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는 이유는, 감정이 오랫동안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수많은 사건들 속에는, 어쩌면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잠들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감정문해력, 지금 배워야 할 생존 기술
이제는 감정을 배워야 할 때다. 감정을 읽고, 표현하고, 나누는 능력.
이것을 우리는 **감정문해력(Emotional Literacy)**이라 부른다. 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 생존 기술이다.
학교에서는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지만, 정작 ‘나는 왜 우울한가’, ‘이 감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는 가르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감정 언어의 부재야말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깊은 위기다.
감정문해력은 단순히 나를 위한 능력이 아니다.
이는 관계를 지키고, 사회를 연결하며,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지금 우리가 감정을 다시 배워야 하는 이유다.
감정을 말할 수 없게 된 사회, 그 안에서 고립된 남성들.
우리는 그 침묵이 만들어낸 결과를 이미 너무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침묵은 선택이 아니라 학습된 결과였다.
그렇다면, 그 침묵은 다시 배움을 통해 열 수 있다.
감정은 결코 사소하거나 유치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다움의 언어이며, 공존의 기술이다.
우리는 지금, 감정을 다시 말하기 위한 용기 있는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다음 세대가 감정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회. 그 사회가 진짜 건강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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