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지의 영화 리터러시>눈부시게 찬란한 날들

-네오 소라의 <해피엔드>

해피엔드01



청춘을 가두어둘 수 있을까? 모든 것이 삐딱하게 보이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십대들을 억압으로 붙잡아둘 수 있을까? 네오 소라 감독은 <해피엔드>에서 이러한 청춘의 반항을 근미래를 배경으로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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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인구 감소에 대한 해결책으로 외국인이 유입된 일본, 극우정권은 삼엄한 감시체계를 도입하고 외국인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 학교에서는 교장 선생의 차를 세로로 세워두는 장난을 테러로 규정하고 '판옵티'라는 통제 체제를 도입한다. '판옵티'는 미셸 푸코의 '파놉티콘'에서 가져온 개념이다. 중심에 있는 감시자가 모든 죄수를 감시할 수 있는 이 구조는 우리나라의 서대문 형무소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실제로 채택되어 활용된 바 있다. 이 영화에서는 첨단 기술이 접목되어 CCTV가 학생들의 얼굴을 감지하고, AI가 그들의 행동을 분석하여 벌점을 매긴다. 이 시스템에 대해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한다. 주인공 코우는 시위를 이끄는 후미와 만나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음악이 삶의 전부인 유타는 압수당한 음향기기를 훔치는 행동으로, 아타는 치마 교복을 입고 다니는 방식으로 자유에 대한 억압에 항의한다.

한편으로 보면 교장의 억압은 느슨한 면도 있다. 교장실을 점거 농성하러 온 학생들에게 초밥을 시켜주기도 하고, 음향 장비를 대놓고 가져가는 유타에게는 말로만 조치를 취할 뿐 실질적인 제재는 없다. 이들이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경찰을 부르거나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면도 있지만, 이런 느슨한 억압은 오히려 판옵티 시스템에 동조하는 세력을 만들기도 한다. 판옵티의 지속을 요구하는 학생들은 이 시스템이 질서 유지에 필요하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성장한다. 톰은 미국으로 떠나고, 밍은 아타를 부모님께 소개하며, 유타는 집을 나와 자취를 시작한다. 장난과 반항, 항의와 사랑으로 점철된 한 시기는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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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작고한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들이기도 한 네오 소라 감독은 뉴욕에서 성장했다. 아버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외하면 사실상 장편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고 밝혔다. 사카모토 류이치가 학생운동과 반전운동, 원전 반대 환경운동에 앞장섰던 것처럼, 네오 소라 감독도 월가 점령 운동, 반트럼프 시위, 노골적인 팔레스타인 지지 선언으로 정치적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런 그의 이력이 그대로 녹아든 것이 이 작품이다. 또한 이 영화는 소마이 신지의 <태풍클럽>, 기타노 타케시의 <키즈 리턴>, 유카사다 이사오의 <GO>와 같은 일본의 유구한 청춘영화 전통을 이어받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해피엔드04



육교에서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코우와 유타는 작별한다. 코우는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진학할 것이다. 유타는 악기 판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머니가 지게 된 합의금을 갚아나갈 것이다. 커플인 아타와 밍은 이른 결혼을 할 수도 있고, 미국으로 간 톰은 디트로이트에서 음악으로 꿈을 실현할 수도 있다. 혹은 이 모든 것이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이들에게 이 시기는 눈부시게 찬란한 날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시간은 이들을 지나쳐 간다. 그 이후의 삶이 힘들거나 어려울 수도 있고, 벽에 부딪힐 수도 있으며, 좌절할 수도 있다. 이 찬란한 시기는 추억이 되어 버팀목이 된다.




**K People Focus 모하지 칼럼니스트** (mossisle@gmail.com)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며 아이들에게 독서와 글쓰기를 가르치는 희망의 칼럼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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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8.04 19:12 수정 2025.08.0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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