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가 미덕이 된 시대, ‘기다림’은 잊힌 가치로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한 권의 동화가 조용히 이 오래된 미덕을 되살려냈다. 『낚시하는 거미』는 단순한 아동용 이야기가 아니다. 거미가 물속에서 낚시하며 사냥을 준비하고, 이를 지켜보는 물방개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기다린다’는 행위가 얼마나 깊은 철학적 의미를 지니는지 깨닫게 된다. 2025년 7월, 부산 물만골 문화센터에서 열린 인문학 강좌는 이 동화 한 권을 매개로 ‘기다림의 철학’을 깊이 있게 조명했다. 저자의 직접 강연으로 이루어진 이 수업은 단지 동화를 해설하는 자리가 아닌, 현대인의 조급함을 성찰하는 철학적 여정으로 기억되었다.
‘기다림의 철학’은 단순한 인내를 넘어서 삶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사유의 태도이다. 이 개념은 현대 사회의 조급함과 반대되는 미덕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의미를 찾고 자신의 내면을 관조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낚시하는 거미』에서 거미는 물속에서 낚싯줄을 던진 채 한없이 기다린다. 이 장면은 단순한 사냥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에 대한 은유다. 기다림은 포기하지 않고 믿고 바라보는 태도이며, 그 과정에서 자신을 단련하고 주변을 통찰하게 한다. 동화의 구성은 짧지만 그 의미는 깊고, 강의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인간 내면의 성숙에 대해 성찰이 이어졌다.

2024년 7월, 부산의 기쁨의집 서점에서는 『낚시하는 거미』 북토크가 열렸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한 자리였지만, 성인 독자들의 참여가 특히 두드러졌다. 이후 2025년 7월 12일, 물만골 문화센터에서는 ‘길 위의 인문학 – 광복 80주년 생명·평화·자유의 길’ 강좌가 진행되었고, 저자는 직접 강연자로 나서 ‘기다림’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2시간의 깊이 있는 강의를 펼쳤다. 단순한 문학 해설을 넘어, 인간 존재 방식에 대한 사유의 장으로 기억된 이 강좌는 독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남겼다.
동화는 어린이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오히려 성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해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낚시하는 거미』는 그 대표적인 예다. 단순한 구조와 짧은 문장 속에 담긴 깊은 은유는, 빠른 판단과 즉각적인 반응에 익숙한 어른들에게 정중한 질문을 던진다. “왜 기다릴 수 없는가?” 북토크에서는 많은 성인 독자들이 이 질문 앞에 스스로를 돌아보았고, 인문학 강좌에서는 동화 읽기를 통한 성찰이 얼마나 깊은 통찰로 이어지는지를 사례와 함께 공유했다.
연못 속의 거미는 낚싯줄을 드리운 채 조용히 기다린다. 이 장면은 무력한 수동이 아닌, 목표를 향한 능동적 기다림이다. 물방개는 처음에는 의아해하지만, 끝내 그 침묵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포식자와 관찰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조급함과 사유 사이의 균형을 상징한다. 강의에서도 많은 수강생들이 ‘기다림은 곧 삶의 방식이며, 생각의 출발점’이라는 점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참석자들은 “단순한 동화 한 편이 철학책보다 더 큰 울림을 주었다”고 입을 모았다. ‘기다림’이라는 개념이 시간 낭비가 아닌, 내면의 준비이자 성찰의 시작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특히 동화의 언어로 풀어낸 인문학은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 스며들었고, 이는 사고방식뿐 아니라 일상의 태도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번 행사는 동화가 단순한 문학을 넘어서 삶의 방향을 재정립하게 만드는 도구임을 입증했다.
『낚시하는 거미』는 단지 동화책이 아니다. 거미가 낚시를 하듯, 독자들도 스스로의 마음을 낚아 올리는 시간을 가진다. 이번 강연은 ‘기다림’이 가진 철학적 깊이를 공유하고, 그 가치를 다시금 환기시켰다. 저자는 “동화는 감정의 장벽을 낮추고, 철학은 그 틈으로 스며든다”고 말했다. 동화 한 권이 어른들에게 ‘생각의 여유’를 선물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책을 통해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춰보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