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포괄적인 인공지능(AI) 규제 법안인 'AI 법(AI Act)'을 본격 시행한다. 이번 법안 발효로 인해 급성장하는 생성형 AI 시장은 물론, 전 세계 AI 산업 지형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EU 27개국 장관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현지 시각으로 최종 승인 절차를 완료했으며, 법안은 관보 게재 후 20일 뒤 발효되어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로써 AI 기술의 개발과 활용에 대한 법적 명확성과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세계 최초로 제도화되었다.
위험 등급에 따른 차등 규제…'신뢰할 수 있는 AI' 목표
EU AI 법의 핵심은 '위험 기반 접근 방식(risk-based approach)'에 있다. AI 시스템이 사회와 개인에게 미치는 잠재적 위험 수준을 4단계(불용, 고위험, 제한된 위험, 최소 위험)로 분류하고, 각 등급에 따라 다른 수준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불용 위험' 등급에는 사회적 점수(소셜 스코어링) 시스템, 인간의 잠재의식을 조작하는 AI 등 EU의 가치와 기본권에 반하는 기술이 포함되어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의료, 교통, 교육, 고용 등 공공 서비스와 핵심 인프라에 사용되는 AI는 '고위험'으로 분류된다. 해당 기술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기업은 데이터 품질 관리, 투명성 확보, 인간의 감독, 사이버 보안 등 엄격한 규제 요건을 준수하고 관련 기술 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생성형 AI, 투명성과 저작권 준수 의무 강화
특히 챗GPT와 같은 범용 AI(GPAI) 모델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시스템에 대한 규제가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법안에 따르면, 개발자들은 AI가 생성한 이미지, 오디오, 텍스트 등의 콘텐츠에 대해 사용자가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AI 생성물'임을 표기해야 한다. 이는 딥페이크와 같은 허위 정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AI 모델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의 저작권을 존중하고, 학습 데이터에 대한 상세한 요약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도 부과된다. 이는 창작자와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AI 개발의 투명성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브뤼셀 효과'와 막대한 과징금…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나
업계에서는 EU의 이번 조치가 전 세계적인 표준으로 확산되는 '브뤼셀 효과(Brussels Effect)'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한다. EU 시장에 진출하려는 모든 글로벌 기업은 이 법을 준수해야 하므로, 사실상 글로벌 스탠더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법안을 위반할 경우, 기업의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최대 7%(또는 3,500만 유로)에 달하는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 전문가는 "EU AI 법은 혁신과 규제 사이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중요한 시도"라며, "향후 AI 기술의 책임감 있는 발전을 유도하고, 신뢰 기반의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