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인공지능(AI) 혁신이 거대 기술 기업의 폐쇄적인 연구소가 아닌 이미 개발자들의 노트북에 설치된 파이썬(Python) 개발 도구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0년간 파이썬은 데이터 과학 분야에서 사실상의 표준 언어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스타트업부터 포춘 500대 기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엔지니어와 분석가들은 예측 유지보수, 고객 분석 모델 개발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NumPy, pandas, TensorFlow와 같은 파이썬 라이브러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개별적인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들을 통합하여, 기업이 신뢰하고 사용할 수 있는 AI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는 미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나콘다(Anaconda)가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2012년 설립된 아나콘다는 데이터 과학 워크플로우에 필수적인 오픈소스 패키지 저장소로 시작했다. 지난 13년간 전 세계적으로 2,5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기업 환경에서 요구하는 Conda 패키지 관리, Jupyter 노트북, 보안 스캐닝 기능 등을 제공하며 신뢰를 쌓아왔다. 동시에 전 세계 기업용 AI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가트너(Gartner)의 2025년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장은 2020년 210억 달러 규모에서 2025년 1,100억 달러까지 연평균 4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아나콘다가 최근 단행한 1억 5,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는 오픈소스 AI가 독점적인 상용 플랫폼의 그늘에서 벗어나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는 중대한 전환점임을 시사한다.

테크 호라이즌 컨설팅의 수석 데이터 과학자 엘레나 레예스 박사는 "기업들은 오픈소스가 약속하는 유연성과 투명성을 원하지만, 동시에 서비스 수준 협약(SLA), 보안 업데이트, 확장성 또한 필요로 한다"며 "아나콘다는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포레스터(Forrester)가 2025년 7월에 발표한 CIO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68%가 특정 기술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 즉 '벤더 종속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픈소스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의 통계는 이러한 흐름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 2025년 3월 스택 오버플로우 개발자 설문조사 결과, 전체 데이터 과학 프로젝트의 80% 이상이 파이썬을 기반으로 수행되고 있다.
* ISACA의 2025년 5월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73%가 AI 도입의 가장 큰 장벽으로 '보안 문제'를 꼽았다.
* 솔루션스 리뷰(Solutions Review)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아나콘다의 상용 솔루션(엔터프라이즈 저장소, 인사이트, 팀 에디션)은 2025년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20%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아나콘다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GPU 및 클러스터 환경에서의 성능 최적화, 보안 강화, 그리고 로우코드(Low-code) 통합 도구 개발에 집중적으로 재투자하여 시장의 핵심적인 고충을 해결하겠다는 목표다.
물론, 일각에서는 13년 차의 오픈소스 관리 기업이 독자적인 AI 스택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클라우드 거대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강화되는 규제 압력과 사회적 요구는 AI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는 고객이 코드 한 줄까지 직접 검토하고 수정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에 대한 수요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론적으로, 기업 리더들은 이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수백만 달러 규모의 폐쇄적인 AI 솔루션 계약을 체결할 것인가, 아니면 자사 데이터 과학자들의 창의성에 투자할 것인가? 아나콘다의 1억 5,000만 달러는 단순히 서버 증설을 위한 자금이 아니라, 현대 AI 기술의 근간을 이룬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잠재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보여주는 증거다.
앞으로 12개월은 오픈소스 진영이 기존 상용 벤더들이 제공하던 프리미엄급 지원 서비스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기업들이 AI의 투명성을 사치가 아닌 표준으로 요구하게 될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데이터가 가장 귀중한 자산인 시대에 AI 기술 스택에 대한 통제권은 곧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이제는 오픈소스의 철학을 받아들이고,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개발팀이 더 빠르게 혁신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할 때다. 차세대 AI 기술이 등장했을 때, 그 작동 방식을 명확히 이해하고 첫날부터 소유권을 갖는 것이 미래 경쟁에서 승리하는 길이 될 것이다.








